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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un 25. 2023

계단 vs 쳇바퀴

직장인의 강해지는 습관 만들기(2)

  우리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습관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만약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있다고 보자.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좋은 습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집에서 멀어서 출근시간이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반복적으로 새벽 6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고는 버스나 기차를 탄 후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앉은 채로 다시 얕은 수면에 빠진다. 회사까지 한 번에 이동이 가능하면 다행이지만, 중간중간 환승을 하거나 직접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 부족한 잠을 채우기도 쉽지 않아 진다.  날 밤에 늦게 잤다면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렇듯 회사 출근을 위해 매일 6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과연 좋은 습관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좋은 습관이라고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목표하는 것에 도달하기 위해 꾸준히 한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행위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목표는 삶의 긍정적인 방향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반복적으로 행하다 보면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마치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다. 우리 집이 23층인데, 하루는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점검을 한 적이 있었다. 1층에서 점검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건강을 생각해서 오랜만에 계단으로 올라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다이어트를 한창 할 때 가수 김종국 씨가 방송에서 추천해 준 계단 오르기로 잠시 효과를 본 적이 있었기도 했다. 1층부터 한 계단씩 오르면서 내가 목표하는 것은 집에 빨리 도착하여 소파에 눕는 것과 계단 오르기로 인한 운동 효과였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빨리 올라가서 소파에 눕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계단을 오르는 과정은 그저 귀찮고 힘든 행위로만 그친다. 하지만 운동 효과를 목적으로 두게 되면 한 계단씩 오르는 발걸음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발바닥 앞 쪽을 먼저 땅에 닿게 해서 종아리 근력을 키우면서 올라갈까 아니면 뒤꿈치부터 닿게 해서 허벅지와 엉덩이에 자극이 가게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긍정적인 목표 설정은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꾸준히만 행해진다면, 발전적이고 좋은 습관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갖게 된 습관이 과연 좋은 습관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흘러 3개월 혹은 1년이 지났을 때 어떤 긍정적 목표에 가까워질지를 예상해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회사를 다니면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면, 목표하는 바는 회사 내에서 해외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또는 더 나은 글로벌 회사로의 이직을 위해서일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조금씩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과 같다. 분명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지치고 힘든 순간이 온다. 체력이 좋지 않다면 더욱 빨리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목표 지점은 점차 가까워진다. 그 목표만을 바라보고 지속적으로 올라가면 좋은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나도 포기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까'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지금까지 힘겹게 올라간 시간이 아깝기도 하다. 그리고 목표로 다가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내 기반을 닦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면서, 포기하지 않고 목표하는 곳까지 꾸준히 가보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정인 것이다.


  반대로 좋은 습관인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자. 서두에서도 얘기했듯이 새벽 6시 기상은 그럴듯한 좋은 습관처럼 보이지만, 지향하는 목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표에 계단 오르듯 점차 다가서는지에 따라 좋은 습관이 아닐 수도 있다. 지향하는 목표점이 새벽 기상을 통해 꾸준한 자기 계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인 경우, 예를 들어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 조깅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면 이는 좋은 습관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출근만을 위해서 새벽 6시에 기상해야 하는 경우라면, 억지로 굴리고 있는 '쳇바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즉, 한 마리의 햄스터가 되어 아무런 지향점 없이 또한 발전없이 반복적으로 행하고만 있을 뿐이다. 이런 쳇바퀴 형태의 습관으로 '나도 꾸준히 하면 잘할 수 있겠지?'라는 자위는 이제 더 이상 그만하도록 하자.


  꾸준한 독서도 마찬가지로 재밌게 읽는 행위에만 집중하면 그저 반복적인 취미활동 중 하나일 뿐이고, 책을 통해 배우고 실천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좋은 습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운동은 어떨까. 어떤 운동이든 기본적으로 건강을 향상하는 효과는 있지만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쳇바퀴를 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주 2회 헬스 PT를 받고 있는데, 이 외에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고 회당 5만 원씩이나 지불해 가면서 억지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횟수를 채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몇 개월 간은 성장하는 모습이 보일 테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반복됨으로 인해서 더 이상의 발전적인 목표와 성취는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주 2회 PT에서 가지고 있는 목표는 '횟수 채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로 인해 그의 삶에 더 나은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헬스를 기왕 하는 김에 좀 더 긍정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가진다면, 계단식의 좋은 습관으로 끌어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체형을 갖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PT 외에 개인적인 운동과 식단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이게 더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목표로는 헬스 트레이너 또는 부업 아르바이트가 있을 수 있다. 좀 더 전문적 PT를 받고 여기서 배운 지식들과 운동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정의 회비를 받고 공유한다면, PT를 받는 태도가 억지가 아닌 능동적인 수업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습관이라고 불릴 만한 충분한 긍정적 목표가 되어준다.



  우리가 나름 직장인의 삶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좋은 습관을 면밀히 살펴보자. 이젠 계단의 형태와 쳇바퀴의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쳇바퀴 습관도 어떠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개인적으로 좋은 습관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좋은 습관은 계단의 형식으로 좀 더 발전적이고 건설적이다. 반복하여 행할수록 그 힘은 강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된 세월은 내 편이 되어준다. 그렇기에 계단식의 좋은 습관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우린 좀 더 강한 직장인이 될 수 있다. 나는 직장인으로서 좋은 습관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고,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유지해 왔는가. 내가 가진 습관과 그에 따른 목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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