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Jul 12. 2023

자기 계발서가 왜 가스라이팅이야?

"기회와 의지의 수문을 닫아놓지 마세요"

  내 취미는 독서다.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독서를 즐기고 있다. 역사, 심리, 과학 등 책의 분야도 그리 가리지는 않는다. 심지어 최근에는 영화로 개봉된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소설도 읽었다. 영화를 보지 못해서 책을 읽고 내가 머릿속에 상상한 것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영화로 볼 기회가 마땅치 않아서 그냥 내 상상의 세계에만 묻어두기로 했다. 독서를 취미로 시작하고 나서 가장 즐겨 읽은 분야는 아무래도 자기 계발서이다. 이 자기 계발이라는 분야에 내가 끌린 이유는 '성장'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갑작스레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히딩크 감독의 명언이 떠오른다. 한국이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히딩크 감독의 소감을 인터뷰했을 때 히딩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I think all the people of Korea can be proud to be in the last 16. The goal is achieved. But I'm still hungry"

"나는 우리가 16강에 든 것이 한국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이뤘다. 그러나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는 목표한 것을 이뤘음에도 여전히 배고파했다. 긴장해서 식사를 잘 못했나 보다. 나도 역시나 긴장하면 목구멍으로 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농담이고, 사실 히딩크 감독이 배고파한 것은 한국 대표팀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한 성장세가 16강에만 머무르기는 아쉽다는 표현일 테다. 나도 겨우 대학을 졸업하여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닌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성취를 이룬 것 같지는 않다. 나도 여전한 목마름과 허전함으로 성장을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여전히 나는 새로운 자기 계발서를 발견하여 틈틈이 독서를 하고 있었다. 주로 회사 점심시간에는 핸드폰 어플을 이용하여 책을 보는 편인데, 옆자리 동료가 내 핸드폰을 힐끗 보며 말했다.


"오, 책 읽는 거야?"


나는 친하지 않은 직장동료에게는 그리 많은 것을 오픈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취미가 독서인지도, 글쓰기인지도 말을 하지 않았었다. 나는 귀찮은 마음에 에둘러 말했다.


"아, 그냥 심심해서..."


하지만 직장동료는 집요했다. 오랜만에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니 흥미가 생긴 듯했다.


"무슨 책 읽는데? 소설이야?"


"아니, 그냥 자기 계발서야..."


직장동료는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있다는 말에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흘겨 말했다.


"자기 계발서를 뭐 하러? 그거 다 가스라이팅이잖아!"


나는 갑작스레 날아온 돌직구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뭔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직장동료는 아무 반응도 없는 나를 슬쩍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마치 한 아이가 호숫가에 던진 돌에 우연찮게 맞은 개구리처럼 눈만 껌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일단 가스라이팅의 명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곳저곳에서 유행어처럼 번진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대략 문맥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있진 못했다.


가스라이팅이란 스스로의 판단력을 의심시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시키는 행위로 심리적 지배를 뜻한다


직장동료가 말한 의미는 결국 자기 계발서는 작가의 권위를 내세워 독자들에게도 본인처럼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교묘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보통 자기 계발서를 쓴 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의 성공 신화 스토리와 거기서 얻은 교훈들을 상황이 각기 다른 여러 독자들에게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따를 것을 강요하고 훈계하고 있는 책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유튜브를 통해 명사의 강연을 보는 모든 행위들이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일단 스스로의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의심되는지를 따져보았다. 여러 자기 계발서를 읽어보면 공통된 이야기들도 있겠지만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성공 스토리도 다양한 편이다. 그렇기에 이곳저곳에서 내 뇌를 자극하며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와 의견들은 내가 스스로 판단하여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이건 좀 나랑 안 맞는 것 같은데..."

"아, 이런 방식은 내 삶에도 적용해 볼만하겠다!"


이 정도의 자의적 판단만으로도 자기 계발서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고, 특히나 정체되어 있는 삶에 스스로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책에 의해 심리적 지배를 당한다는 건 본인 위안일 뿐이다. 즉, 자기 계발서를 한 권만 대충 읽고는 적당히 해보는 척하다가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경우에 '이거 완전 가스라이팅 당해서 시간낭비만 했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계발서와 유튜브 강연을 보더라도 내가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리 인지하고, 하나의 콘텐츠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책이나 강연 내용에서 동기부여를 얻고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스스로 노력하여 성취해 낸다면, 그 자기 계발서는 본인에게 아주 훌륭한 '인생 공략집'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자기 계발서를 가스라이팅이라고 취급하는 행위는 본인 스스로에게 인생의 기회와 노하우와 의지를 얻을 수 있는 한쪽 '수문'을 닫아놓는 것과 같다고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