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Jul 21. 2023

목소리만 좋으면 쉽게 성우가 될 줄 알았다

늦깎이 성우 도전기(1)

  성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후로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다. 나는 그동안 목소리만 좋으면 쉽게 성우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었다. 성우를 검색해 보면 말 그대로 '목소리로 연기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즉, 목소리 연기자인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내레이터'였고, 내레이터는 상황이나 장면을 설명하는 해설가였다. 성우가 하는 넓은 범위의 일 중 내레이터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꼭 내레이션을 전문 성우가 하는 것은 아니고, 유명한 배우나 연예인들이 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난 그저 내레이터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말 내레이터뿐만 아니라 성우라는 더 넓은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건지 자신에게 물어보기 위해 더욱더 깊게 성우라는 직업을 알아보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성우 또는 목소리와 관련된 책을 보는 것이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e-book 플랫폼에는 관련된 책이 별로 없었지만, 일단 난 백지상태이기 때문에 아무 책이나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두 권의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나는 공채 성우이자 전문 내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두 분의 전문가가 쓴 책이었고, 하나는 성우의 꿈을 가졌으나 결국 기자가 된 이가 쓴 책이었다. 두 책 모두 나에게 나름 울림을 주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목소리의 힘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것과 성우가 되기 위해선 생각보다 큰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대략 성우라는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도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조금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목소리 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성우나 해볼까...'라는 식의 태도로는 공채 시험 1차 합격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온라인 세계를 뒤적거리며, 성우라는 꿈을 가진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나름 같은 처지의 성우지망생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참여했다. 오픈 채팅방에선 꽤 많은 성우 지망생들과 목소리와 관련된 꿈을 가진 이들이 모여있었는데, 10대의 학생들이 많이 있는 듯했다. 나는 이 채팅방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글을 썼다.


"나이가 많은데 성우가 될 수 있을까요?"


답변은 이랬다.


"성우가 나이랑 무슨 상관?"

"어떤 성우도 40살에 합격했다던데요"

"내가 아는 사람도 나이가 많았는데, 1년 만에 엄청 성장하는 걸 눈으로 봤어요.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열정이 문제입니다."


이 채팅 글을 읽고 나도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긍정의 힘이 생겼다. 며칠간 오픈 채팅방에 머물러 있었는데, 10대들이 많아서 그런지 애니메이션을 더빙한 영상과 캐릭터 음성이 주로 공유되고 있었다. 그들끼리 피드백도 나누고 서로의 의지도 다지며 성우의 꿈을 단단히 키워가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벌써 확고한 꿈을 갖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이가 꽉 찬 나로서는 정말 부러웠다. 본인들의 목소리 음성을 변조시켜 서로 채팅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해서, 지금도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역시나 예상한 대로 성우들과 성우지망생들 그리고 아나운서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강의가 꽤 많이 있어서 기초적인 호흡, 발성, 발음에 관련한 정보를 얻고 나름대로 훈련도 해볼 수 있었다. 운동을 꽤 많이 해서 호흡과 발성은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았는데, 발음이 자주 뭉개지는 습관이 있었다. 입을 많이 벌리지 않는 것과 빠르게 말하려 하는 것이 문제였다. 내가 구독하고 있는 영상에서는 친절하게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도 제시해 주고 있어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성우지망생들의 성우시험 도전기에 대한 영상도 꽤 많이 있었는데, 이런 실력자들이 왜 성우에 합격하지 못해서 몇 년째 도전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성우가 되기 위한 경쟁은 청나게 치열하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온라인 카페는 대부분 성우 학원이나 특강과 같이 유료 강의의 홍보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대략 가격은 1회 수업에 5~7만 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는 듯했다.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 연습하면 되는지를 대략 배웠지만, 내가 정말 잘 연습하고 있는 건지 좀 더 빠르게 성우의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지 알고 싶었다.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거금 50만 원을 들여 8월부터 시작되는 2달짜리 특강을 끊었다. 내가 과거에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잘하고 싶은 일에 돈 아까워서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던 것, 즉, 배움에 있어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게 생겼는데 똑같은 후회의 길로 나아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우선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나 혼자 기초 연습을 많이 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도 성우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며 따라 하고, 혼자 단문을 낭독해 보는 연습을 호흡과 발성과 발음에 신경 쓰며 꾸준히 연습 중이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전문 성우들의 실력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인지하며 자신감이 점차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직 연기 연습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단순 낭독만으로도 레벨 차이가 확연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듣기 편하면서도 문장이 귀에 쏙쏙 박히게 말할 수 있을까. 듣기만 해도 한 편의 그림이 상상이 되는 게 놀랍기만 했다. 심지어는 버스에서 오디오북을 듣다가 숙면을 해버리는 바람에 집을 한참 지나쳐 내리기도 했다. 정말 나도 열심히 하면 이 정도 레벨까지 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한계를 맛보고 포기해야 할지, 앞으로 예정된 강의가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우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