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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Aug 28. 2023

좋은 목소리란 무엇인가?

늦깎이 성우 도전기(5)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 또한 여러 번 그런 말을 들었었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제일 먼저 외모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그다음엔 목소리로 그 사람의 내면을 판단한다고 한다. 그만큼 목소리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그 사람의 분위기, 심리적 상태, 심지어는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까지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대부분은 편안함을 느낀다. 편안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결국 좋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하루가 너무 지쳐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는 잔잔한 클래식을 들을 수 있고,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을 때는 신나는 록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이성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유명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연습할 수도 있고, 해외 팝을 들으며 영어라는 벽을 조금은 허물어 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목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면 개인적인 취향이 생기게 마련이다. 본인만의 음악 세계가 형성되는 것인데, 목소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성대라는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도 어찌 보면 예술의 경지다. 생각해 보면 자주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는데, 살면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자주 듣다 보니 목소리도 나만의 취향이 생긴 듯하다. 회사 일에 지쳐 선배와 소주 한잔 하다가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선배가 전해준 위로의 말을 들었을 때 그 목소리가 좋았고,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오랜만에 듣는 엄마의 건강한 잔소리 또한 좋았다. 아내가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상사를 흉보며 공감을 원하는 목소리가 좋았고, 주말 아침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내 몸을 흔들며 놀자는 아이의 떼쓰는 목소리가 좋았다. 좋은 목소리란 또한 상대방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소리를 내어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그럼 이런 철학적인 좋은 목소리의 의미를 넘어 조금 더 기술적인 의미로 접근해 보면, 좋은 목소리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주로 TV를 보면 기술적으로 좋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나운서나 성우, 그리고 배우들의 목소리를 말이다. 물론 요즘은 TV가 아니더라도 라디오, 팟캐스트, 유튜브, 오디오북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기술적으로 훌륭한 좋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기서의 좋은 목소리는 단순히 주변 사람만이 대상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들을 위한 목소리이다. 그러다 보니 기술적으로 다듬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평균적으로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어떤 기술을 갖고 있을까? 목소리로 돈을 버는 프로의 세계에 있는 그들의 노하우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1) 호흡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호흡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호흡이 달리면 말이 빨라지고 마음이 급해져서, 듣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유명한 '복식호흡'이라는 것을 함으로써 호흡의 안정감을 가져갈 수 있다. 학창 시절 노래방을 헤집고 다녔다면, 이 복식호흡이란 단어를 상당히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이 복식호흡을 활용하여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를 때뿐만 아니라 운동을 할 때나 명상을 할 때도 복식호흡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말로만 듣던 이 복식호흡이 과연 왜 좋을까? 호흡에는 크게 가슴을 부풀리는 흉식호흡과 배를 부풀리는 복식호흡이 있다. 흉식호흡은 빠르게 얕은 숨을 쉬고 뱉을 때 주로 활용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으면 보통 숨을 쉴 때 이 흉식호흡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흉식호흡은 말을 할 때 을 자주 쉬어야 하기에 문장이 끊어지고 여유가 없는 듯 들린다. 반대로 복식호흡은 횡격막을 아래로 내리며 배를 부풀려 깊은숨을 쉬기에 내뱉을 수 있는 공기의 양이 많아지고 길고 여유롭게 말을 이어갈 수가 있다. 보통 누워서 의식적으로 복부를 팽창하고 수축하며 복식호흡을 연습하면 좋은데, 이것이 습관이 되 무의식적으로 복식호흡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2) 발성

  앞서 복식호흡을 통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면, 내뱉는 과정에서 소리를 입혀 멀리 전달하는 것이 발성이다. 소리를 입힌다는 것은 우리의 성대가 열렸다 닫히면서 진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과정인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내기 가장 편안한 목소리 톤을 찾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건강한 목소리로 오랫동안 말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목젖을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을 때 위아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본인의 기본 목소리 톤이 된다. 여기서 음역대라고 하는 톤의 변화를 통해 목소리의 변조를 줄 수 있지만, 욕심이 과한 나머지 너무 과도한 톤의 변화를 주면 듣기 거북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성대를 쉬이 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 본인의 기본 톤을 찾았다면 좀 더 안정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공명감을 담아서 울림통 있는 목소리를 내면 전달력이 좋아진다. 명은 머리를 울리는 두성, 코를 울리는 비성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흉성이 있다. 노래를 부를 땐 비성과 두성으로 울림을 만들지만, 안정적인 목소리를 낼 때는 흉성이 더욱 효과적인 듯하다. 중저음의 울림 있는 목소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3) 발음

  발음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언어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입을 크게 벌리고 혀의 위치를 정확히 조정해 줄수록 또렷한 발음이 나온다. 흔히 발음이 뭉개진다고 하는 것은 정확한 발음이 이뤄지지 않아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말한다. 보통 빨리 말하거나, 끊어 말하지 않거나, 입을 작게 벌려 웅얼거리는 소리가 이에 해당된다. 발음은 수시로 여러 문장을 읽는 연습을 하면서 점차적으로 좋아질 수 있는데, 아마도 아래 예시와 같은 문장들로 발음 테스트를 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긴 기린 그림이고 네가 그린 기린 그림은 안긴 기린 그림이다.
저기 계신 저분이 박 법학사이시고 여기 계신 이 분이 백 법학 박사이시다.
중앙청 창살은 쌍창살이고 시청 창살을 외창살이다.


이 외에도 인터넷에서 조금만 더 검색해 보면 다양한 발음 연습 문장들이 있으니 이를 따라 읽으며 발음 연습을 하면 좋을 것이다. 아나운서들도 이러한 발음 연습 문장을 통해 입을 풀어준다고 한다. 발음이란 결국 입 주변과 혀의 근육을 충분히 스트레칭해 주고 이완해 줄수록 좀 더 쉽게 명확한 소리를 낼 수가 있다.



  좋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국 감성과 기술이 융합되어 나타나는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목소리를 갖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기술적으로 부단한 연습도 있어야 하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본인 고유의 목소리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그 목소리를 절실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들려줄 기회가 없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본인 고유의 목소리를 스스로 사랑하는 일, 그것으로부터 좋은 목소리가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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