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책이 나오는 순간을 앞두고...

"출판사와의 인연은 꼬리를 물고..."

by 똥이애비

글을 쓰다 보면 더 많은 이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보단 소통하거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내 글을 보인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용기와 응원의 반응이 있는 반면에 깎아내리거나 호되게 혼내는(?) 반응들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욕심으로 인해 글을 내보이길 원한다면 감수해야 할 몫이다.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게 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작년 9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여 이제 만으로 딱 1년이 되었다. 글을 꾸준히 써오면서 내 삶은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삶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그렇고,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깨달은 건 글을 꾸준히 쓰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글자, 한 문장이 누워만 있다고 저절로 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없이 읽고 생각한 것을 다양한 표현으로 시도하여 스스로 결정한 결과물이 글이 되어 눈으로 보인다. 나 또한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쓸 때 술술 써진다면 좋으련만 문장이 쉬이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 그 주제에 대한 인풋이 별로 없거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또한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모를 때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쓰던 글을 덮고, 다시 그 주제를 이해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출판사 편집자님께서 브런치에 연재된 나의 글을 보고 연락이 온 시점은 작년 연말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3개월쯤 되는 시점이었다. 지금은 이 당시보다 훨씬 더 글의 양이 많아졌지만, 이때 한 번을 빼고는 출판사로부터 그다지 뚜렷한 제안은 없었다. 아마도 이때 '초심자의 행운'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어찌 되었든 나는 나에게 굴러온 행운을 꼭 잡고 놓고 싶지 않았다. 올해 초에 출판사 사장님, 편집자님과 출판사에서 첫 미팅을 했고, 나의 출간 의지를 확고히 전달했다. 계약서를 쓰고 출판사를 나올 때 본격적으로 원고를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한 흥분이 훨씬 컸다.


몇 달 후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에 맞춰 1차 원고를 제출했다. 그나마 브런치에 여러 글이 연재되어 있어 원고를 새로 작성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과정은 지난했으며, 그 고통 속에서 확실히 성장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쓴 원고가 절대 스스로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1차 원고를 제출했으나, 두 달이 넘도록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 했다.


'내가 원고를 너무 못 써서 검토조차 안 하는 건가?'

'계약을 파기하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원고를 제출하고 세 달이 넘어갈 때쯤 출판사 편집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출판사 출간 일정이 밀려 있어서요... 그리고 작가님 책은 신입사원들 대상으로 기업 공채 시즌에 맞춰서 출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는 이 연락을 받고 속을 쓸어내렸다. 내 원고에 문제가 있어서 지연되고 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출판사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 계획이 있기에 나는 좀 더 마음 편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출판사 편집자님으로부터 이 연락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다시 편집자님께 연락할 일이 생겼다. 책 출간에 대해 얘기하려는 건 아니었다. 내가 새롭게 목표하고 있는 계획에 해당 출판사의 책들을 리뷰하고 오디오북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저작권 문제로 인해 출판사의 허가가 있어야 했기에, 그나마 내 책을 출간 준비를 해주고 있는 해당 출판사에 먼저 허락을 구하기 위해 편집자님께 연락을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출판사에서는 책을 홍보해 주면 나쁠 것이 없다고, 몇 권의 책을 선정하여 리스트를 알려주셨다. 이와 관련한 오디오북 제작 과정 내용은 다른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 어찌 되었든 무리한 부탁에도 해당 출판사와의 인연으로 새로운 도전을 또 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최근에 다시 편집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젠 정말 파트너의 관계가 된 것 같았다. 새삼 나를 초창기 때부터 알아준 해당 출판사와 편집자님께 마운 마음이 들었다. 편집자님은 반가운 소식을 내게 알렸다.


"작가님 원고가 드디어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10월 출간 목표로 열심히 달려볼게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나는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굉장히 들떴다.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도 들었다.


'드디어 세상에 내 책을 곧 선보일 수 있겠구나! 이러다 한 방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어쩌지?'


내가 쓴 원고지만 어떤 책으로 탄생할지 도무지 예상하기가 어려웠기에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켜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다시금 난 차분한 마음으로 한 달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일부러 차분함을 유지한다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곧 내 책을 수줍게 내밀며 독자들을 찾아뵐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드디어 '공대 엔지니어의 작가 되기 프로젝트'의 결말이 곧 다가오고 있다. 내 책을 기대하는 독자는 그리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의 커밍 순이다.


# 책 출간 소식은 브런치를 통해 가장 먼저 알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 인생 첫 책이 출간되었습니다.(feat. 꼰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