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활동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과거에 블로그를 하긴 했었는데 꾸준히 운영하지 못하였다. 그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다른 것도 있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분명 내가 스스로 글을 쓰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처음 글을 발행하고 연재하기 위해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나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 심사를 위해 쓴 글은 마치 연필로 종이에 글씨를 쓸 때 너무 꾹꾹 눌러써서 연필심 끝이 부서져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도 이따금 그 글을 보고 있노라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발행된 글을 내리지는 않았다.
브런치북과 매거진이라는 제도는 내가 쓴 글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나만의 책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치이다. 꾸준히 쓰기만 하면 저절로 책이 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그 책이 흥행하는 건 다른 문제이다. 10회 브런치북출판 프로젝트에 지원했을 땐 보기 좋게 탈락하였지만, 이번 1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엔 더 풍성한 주제들로 지원해보고자 한다. 이 또한 나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작가의 서랍'이라는 장치는 내가 갑작스레 떠오르는 글감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글을 쓸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주는데, 가끔 후루룩 넘겨보면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라며 새삼 놀라곤 한다. 그러다 내가 쓴 글이 다음이나 카카오 메인에 올라 조회수가 폭발할 때면, 독자들의 관심들이 선물처럼 쏟아진다. 나는 감사히 받으며 글을 쓴 보람을 느낀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응원하기'라는 수익화 모델을 내세우며 새롭게 개편하였다. 더 많은 작가들의 유입과 플랫폼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것 같긴 한데, 이게 작가들에게 글을 쓰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돈과 수익이 먼저였다면 진작에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했을 테고, 작가들은 브런치에 그런 기대를 크게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그저 브런치 운영진의 '새로운 도전'이라고만 여기고 나는 내 갈 길을 갈 뿐이었다.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작가의 서랍에 케케묵은 주제들이나 꺼내서 글을 하나씩 발행하고 있을 때쯤 브런치에 연재된 글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거기선 브런치의 수익화 모델과 관련한 논란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었다. 몇몇 글들을 관심 있게 읽어보니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애정이 상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난 브런치를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만 여겼고, 브런치에서 무슨 일을 꾸미든 내 책을 출판하는 것에만 방해가 되지 않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어차피 난 책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 중간 과정에서 수익을 실현해 준다면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진심으로 브런치 플랫폼에 깊은 애정이 있는 이들은 상당한 우려가 있는 듯했다. 수익화든 아니든 아직까진 몇몇 작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 나중에 전체 작가들에게까지 개편이 되면 그때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브런치를 거의 모바일로 접속하고, 글도 주로 핸드폰으로 쓴다. 한창 글에 속도가 붙을 때는 엄지 손가락이 무지 바쁘게 움직인다. 최근에 내가 쓴 글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던 중에 오랜만에 PC로 접속을 했다. 1년 동안 활동을 했음에도, PC 환경은 익숙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헤매고 있던 중에 내 아이디 밑에 이상한 마크가 보였다.
'이게 뭐야? 자기 계발 분야 크리에이터?!'
그 마크를 클릭해서 들어가니까 자기 계발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살펴보니 구독자가 100명쯤 되는 분도 있었고, 1,500명이 넘는 분들도 있었다. 일단 구독자 수로 선정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근데 이상한 점은 왜 모바일로 할 때는 안보였냐는 것이었다. 핸드폰을 열고 브런치에 접속했다. 여전히 크리에이터 마크는 보이지 않았다.
'뭐야 이거... PC로만 보이는 건가?'
혹시나 싶어서 핸드폰 앱을 보니 브런치가 수동 업데이트로 되어 있어, 최신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재빨리 업데이트를 하고 접속을 하니, PC와 똑같이 크리에이터 마크가 붙어 있었다. 일단 기분은 좋았다. 그런데 왜 자기 계발 분야로 선정된 것인지 의아했다. 다시금 선정 기준을 살펴보았다.전문성,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의 네 가지 영역이 있었는데, 내가 네 가지 영역을 고루 만족하고 있는 것인가는 의문이 들었다. 영향력이야 구독자 수가 100명 이상이면 충족되는 듯했고, 활동성 또한 최근 3개월 내에 12개의 글을 발행하기만 하면 기준은 채우는 듯했다. 문제는 전문성과 공신력인데, 전문성은 분명한 주제로 전달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고, 공신력은 대표 창작 분야에서 공적인 신뢰를 얻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수치화하기 어렵기에 브런치 내부적인 심사 기준이 있을 거라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누군가가 내 글을 자기 계발 분야에서 전문성 있고 공신력 있게 봐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다. 삶에 허덕이고 있을 때쯤 변화가 필요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바쁘고 피로한 하루 사이에 정적인 쉼을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조용히 머무를 수 있어 좋았다. 직장인의 일상을 끄적였고, 아내와 연애 끝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을 되새겼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책, 특히 자기 계발서를 미친 듯이 읽고 깨달은 바를 정리하였고, 작가와 성우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다짐들을 써 내려갔다. 이런 평범한 나에게 브런치에서 '자기 계발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 살짝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응원해 주는 것이라 여겼다. 나는 이게 진정 나를 위한 '응원하기'라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