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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26. 2023

팀을 키우려는 팀장과 조직을 축소하려는 회사

"아이러니 속에서 고통받는 건 팀원들일뿐..."

  최근 들어 회사에 대한 소문이 흉흉하다. 그전부터도 그런 조짐이 있었고, 소문은 항상 실제로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잘 나가던 사업부를 분사시키는 것, 사옥과 공장을 팔고 임대하는 것, 점차적으로 임금을 동결시키는 것 등이 그렇다. 쪼그라드는 회사를 보는 직원들은 어떤 마음일까. 먼저 가장 크게는 불안함이다. 특히나 은퇴가 한참 남은 젊은 직원들은 발 빠르게 이직을 준비하거나, 회사 일 보다는 본인의 미래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그다음은 배신감이다. 회사와 함께 오래도록 일한 십 년 이상 경력을 갖춘 배테랑들은 조용히 이직하거나, 회사를 욕하거나, 모른 체하고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회사를 욕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회사와 함께 성장했던 호시절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직원들이 어떠한 불만을 갖고 있는지, 임금과 복지는 동종업계에 비해 얼마나 낮은 위치에 있는지, 직원들이 스스로 얼마나 그만두는지까지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조직의 슬림화'라는 방향이 가장 윗선인 회장으로부터 지시사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회장은 본인이 은퇴하기 전에 회사에서 최대한 뽑아먹고, 자식들에게 승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너무 비대한 조직은 관리도 어려울뿐더러 승계 작업에서도 걸림돌이 많아진다. 그렇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이 축소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무언가 변화할 때의 부작용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변화를 망치는 가장 큰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조직을 축소시키는 방향은 알겠는데, 그 방식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젊고 유능한 직원은 어느 회사에서도 원하기에 회사의 방향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핵심인재들이 발 빠르게 이탈하고, 미처 이직을 하지 못한 이들은 업무를 떠안아 더욱 고통을 받게 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업무를 떠안은 이들마저 버티지 못해 이직 준비를 한다. 업무조차 떠맡지 못한 능력 없는 이들과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이들은 그저 조용히 회사 구석에서 빨대만 꽂고 있다. 회사도 이런 급작스러운 직원들의 대거 이탈에 긴급하게 신입과 경력 직원을 채용하지만, 업계에 소문이 나서 제대로 된 인력은 들어오지 않는다. 남이 있는 직원들은 더욱 패배감만 커질 뿐이고, 일처리는 뒷전이 되어 버린다. 당연히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회사는 원하는 만큼의 축소 이상으로 슬림화가 아닌 뼈만 앙상하게 남은 조직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조직에서 사람을 가벼이 여긴 부작용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회사 상황에서 작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팀이 있다. 회사는 슬림해지지만, 회사의 미래에 전략적으로 필요한 조직이기에 시대에 흐름에 맞게 탄생한 조직이다. 팀장은 경력으로 입사하여 몇 년간 이곳에서 회사 생활을 한 사람으로, 윗선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선배들을 제치고 빠르게 팀장이란 직책을 획득했다. 이 젊고 유능한 팀장은 팀이 만들어진 이유와 팀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제 갓 만들어진 신생 팀이기 때문에 팀원이 여섯이 전부다. 이미 안정화된 다른 팀의 팀원 수가 12명 또는 13명 정도 되기에 이에 비하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팀 구성이다. 신생 팀이기에 할 일은 엄청나게 많지만, 팀원이 적어 한 명이 맡아야 할 업무량 이미 목에 찬 상태이다. 팀장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회사의 방향과는 반대로 신규 인력을 더 요청하여 팀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중요한 일만을 선별하여 이미 있는 원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뽑아낼 것인지를 말이다.


  팀장은 너무나 젊었고 활기가 넘쳤다. 의욕도 있었고 물 들어올 때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미 주어져 있는 일로도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오겠지만, 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리고 본인의 임원 자리를 위해 더욱 힘차게 노를 저어야 했다. 팀장은 업체 또는 유관부서 사람들과 자주 회식을 하며 새로운 일거리를 물어왔다. 일과 성과는 결국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어미새 마냥 새롭게 물고 온 일거리를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아주 정성스럽게 주둥이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배고파하는 팀원들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배부른 팀원들은 부담스러워했다. 팀장은 새롭고도 중요한 일을 벌이는데, 현재 인원수로는 도저히 일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을 본인의 상사와 임원들에게 강력히 어필하고 있었다. 즉, 팀을 더욱 키울 생각이니 인원 충원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본인은 더 큰 조직의 장이 되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기서 가장 큰 희생자는 누굴까? 바로 해당 팀의 팀원들, 그중에서도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삶을 즐기려는 회사에 별다른 욕심이 없는 '워라밸 쟁이'이다. 팀장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반기를 들 수는 없지만, 멱살 잡혀 억지로 끌려가는 형국이다. 이 사람들은 사실 억울하다. 회사는 조직을 간소화한다고 임금과 복지를 줄이고, 생산 품목도 줄이고, 직원도 줄여서 현재 있는 업무도 떠 넘겨받게 되는 마당에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한 채 팀에서는 팀장이 일을 늘리겠다고, 팀원들이 이미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태에서 아예 잠수를 시켜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회사에서 굳이 어떠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싶어 하지 않는 '워라밸 쟁이' 팀원들은 자리를 피해 이직을 결심하고 만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근본적으로 회사는 조직을 축소하려고 하는데, 팀장은 본인의 욕심과 열정으로 팀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회사가 언제까지고 조직을 축소하지는 않은 것이기에, 팀장의 의도대로 팀을 더욱 단단하고 견고히 만들어 놓으면 또 다른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고, 이들의 이탈은 신생 팀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일이 된다. 팀장은 이를 어렴풋이 아는지 회식을 하며 술이 적당히 들어갔을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절대로 배신하지 마! 다른 건 다 해도 배신만 하지 마!"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할까 팀장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 다가도 회사의 방향과는 정 반대로 가는 그의 욕심이 좀 과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조직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영속성을 가지는 것은 확실하다. 팀장은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어떻게 팀원들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앞으로 흥미진진하게 볼 관전 포인트이다. 성장을 바라는 팀원에게 어떠한 비전을 줄 것인지, 보상을 바라는 팀원에겐 어떤 것을 챙겨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제시해야만, 지금의 거친 회사 상황 속에서도 관리자로서 팀을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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