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브런치로 인생 첫 책 출간하기(1)

by 똥이애비

회사를 좀비처럼 다니던 어느 날. 문득 마음속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돼.'


십 년 동안 나름 회사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했는데, 이런 소리나 듣다니. 게다가 난 결혼도 했고, 3살 난 딸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쉬운 대로 살면 살아질 수 있는 삶이었다. 그런데 뭐가 부족했을까? 왜 가슴 한편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풀어지지 않는 것일까.



내 삶 속에는 십 년 차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엔지니어이자 직장인의 삶이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업무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져 지겹기만 한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굳이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갈 것 같은 기분. 실제로도 그렇다.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잘려 집으로 돌아가시는 부장님들을 보며 실감했다. 나는 이런 회사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십 년 더 다닌 후에 잘리면, 난 그때 무엇을 해야 할까? 앞이 캄캄했다.


내 삶 속에는 6년 차의 남편이자 3년 차의 아빠가 있다. 양가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없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우리 부부는 작은 빌라의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도저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이라 신혼생활을 길게 했다. 3년간 어느 정도 돈을 모은 후에 우린 아파트 전세로 이사하며 아이를 가졌다. 이후 집값은 폭등했다. 돈을 조금 더 모으고 감당 가능한 만큼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겠다는 내 꿈은 산산조각 났다. 주변에서 이미 자본이 어느 정도 있어 집을 사놓은 사람들과 자본이 얼마 없더라도 집값이 오를 것 같아 대출을 최대한 끌어 집을 산 사람들은 나를 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거지였는데, 더 심한 벼락거지가 되어 있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이자 벼락거지가 된 가장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나'라는 존재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난 미친 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회사를 오가는 버스에서도, 화장실에서도, 회사 점심시간에도, 아이를 재운 뒤에도, 난 책을 손에 놓지 않았다. 분야는 주로 성공, 자기 계발, 심리, 경제였고, 이따금 역사와 소설도 읽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며,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역시 휘발성이 강해, 일상으로 돌아오면 책의 내용들이 금방 잊히곤 했다. 그래서 난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기록하기로 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장에서 얻은 나의 생각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그저 기록이라고만 생각했지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기록한 것들을 한번 쭉 살펴보았더니, 책에 대한 나만의 독후감이 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 이후로 독후감을 써본 일이 없었는데, 그때에 비해 서른여섯에 쓴 독후감은 나름 깊이가 있었다. 게다가 책의 내용도 훨씬 내 기억 속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결국 난 책에서 얻은 통찰을 기록하다가 생각이 확장되어 내 인생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무나 평범하고 보잘것없지만 내 인생을 스스로 기록하다 보면, 기록과 기록 사이에서 맥락이 이어지고 거기서 전체적인 내 삶의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리라 여겼다. 마치 책의 내용을 기록하던 것이 독후감이 되었듯이 말이다. 기왕이면 '기록'이라는 짧은 개념보다는 '글'이라는 풍부한 개념으로 써보면 더 좋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내 인생의 모든 과정을 글로 풀어내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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