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Dec 28. 2023

인공지능이 무서운 성우지망생

늦깎이 성우 도전기(11)

  오픈 AI의 ChatGPT가 나온 이후에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IT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에서도 하나씩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ChatGPT처럼 채팅을 통해 텍스트를 생성해 주는 서비스가 가장 활발한데, 사용자가 입력(질문)만 잘하면 꽤 수준 높은 답변을 내놓는다. 곳곳에선 답변의 신뢰도와 저작권 문제 등으로 아직은 미완성 기술로 보고 있기도 하지만, 대학이나 여러 기관 및 회사에서는 이런 텍스트 생성형 인공지능의 결과물들을 쓰임새 있게 잘 활용하기도 한다. 결국은 이 생성형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완성도가 급격하게 올라갈 것이며, 최근의 데이터까지 새롭게 학습하면 어떠한 영역에선 무서운 속도로 인간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데이터의 비교 학습을 통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는다. 창작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틀을 깨버리는 것이다. 특히나 텍스트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은 원하는 형태의 글을 써주기도 하고, 역사적 사례와 과학적 사실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광고 문구와 방송 대본을 써주고 여러 기획서들의 틀을 만들어준다. 이와 같이 작의 기반인 글쓰기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면서 기존 정통 작가들을 위협한다. 또 다른 창작의 영역인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은 세상에 없던 이미지를 생성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하는 이미지를 텍스트로 상세히 구현해 낼 수 있다면, 정확성은 더욱 올라간다. AI로 만든 이미지로 미술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젠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상도 인공지능이 만들어주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장문의 텍스트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문맥에 맞는 영상을 생성해 내는 것이다. 이는 아직 초창기 단계라 여러 가지 시도가 더 필요하지만, 급속도의 기술 발전으로 조만간 우리가 보는 유튜브 영상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콘텐츠와 창작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생성 능력은 굉장히 빠르게 향상되고 있으며, 무한히 확장 가능하다. 우리는 이러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글을 쓰고 성우라는 꿈을 품고 있는 나는 지금 굉장히 혼란스럽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것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더 빠르고 정확한 글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우 지망생으로서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하는 것 또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미지나 영상처럼 목소리도 AI가 대체하여 훨씬 정확한 발음과 풍부한 발성으로 빠르게 글을 읽어 나간다. 심지어 원하는 목소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대본을 학습시켜 AI 목소리를 입힌 영상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자신의 목소리를 몇 가지 문장으로 녹음하고 학습시켜 대본만 입력하면 본인과 똑같은 목소리로 읽어주는 서비스도 있고, AI 아바타가 입모양을 따라 하면서 목소리를 내는 기술도 있다. 우리가 보는 광고나 내레이션에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들은 이제 충분히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성우지망생으로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본을 쓰고 나만의 목소리로 녹음을 하여 영상을 편집하고 캡션을 다는 것까지 10분 분량의 영상을 만드는데 기본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성우 연습을 위해 영상을 만드는 것인데, 막상 녹음 시간보다 다른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이 허비되는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을 인공지능에게 맡겨보면 어떨까. 대본 작성부터 영상 제작까지 전 과정을 말이다. 무료 버전으로는 분량과 영상의 품질의 한계가 있지만, 유료로 만든다면 분명 그럴듯한 영상들이 10분도 채 안되어서 생성될 것이다. 내가 힘겹게 3시간을 공들여 만든 영상과 그리 다르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흥미로운 영상이 금방 만들어지게 된다. 나 또한 대본을 ChatGPT에게 맡겨보았더니, 대본을 쓰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 인공지능이 생성해 낸 문장들을 목소리 AI에게 맡기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어 읽고 연습할 수는 있다. 그럼 내 유튜브 운영 목적에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후의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영상제작 과정을 인공지능에 맡겨야 한다. 이렇게만 하면 유튜브를 '성우 지망생의 연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영상이 인기를 얻어 조회수가 잘 나오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내년에 더 무섭게 발전할 것이다. 구글이니, 메타니, 마이크로소프트니 세계적 기업들이 돈냄새를 맡고 혈안이 되어 개발을 하고 있으니, 기술이 급속도로 향상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를 포함한 콘텐츠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얼마 전 김덕진 교수님의 <AI 2024 트렌드&활용백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AI는 사람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할 것입니다."


이처럼 생성형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이 하는 창작활동의 모든 것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목소리 AI도 '읽는' 수준이라 광고와 내레이션에선 힘을 발휘하더라도, 본연의 감정이 담긴 '말하는' 수준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즉, 진실된 감정을 담은 목소리 연기를 하는 성우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을 협업 툴로써 잘 활용한다면 남들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창작이 가능해진다. 이젠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무기로 사용하는 창작자와 무기라고는 자신의 뇌밖에 없는 창작자와의 싸움이 도래할 것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떤 창작자가 승리를 차지할 것인가. 나는 성우지망생으로서 생성형 AI와 함께 연습할 것이고, 생성형 AI가 넘보지 못할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연기'에 더욱 치중할 것이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성우로 나아가는 길인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우학원 상담받은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