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임이 책이 되어가는 과정
브런치로 인생 첫 책 출간하기(8)
일상을 살아가며 원고를 제출한 기억이 점차 희미해질 때쯤 드디어 편집본을 받게 되었다. 원고를 제출하고 거의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사실 중간에 편집자님께 한번 연락을 했었다. 원고가 어떻게 검토되고 있는지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편집자님은 신경 못 써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지금 다른 원고들이 밀려 있어서요. 작가님 책은 회사 공채 시즌에 맞춰서 편집할 예정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판사는 결코 내 원고만 신경 쓸 수는 없다. 워낙 많은 원고가 검토되고 있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이다. 내 원고는 출판하기 적절한 시점이 회사 공채 시즌이었고, 그에 맞춰서 편집 대기 중인 상태였다. 출판사 나름의 전략을 확인한 뒤 안심이 된 나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주변에서 내 책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지인들은 가끔씩 언제쯤 책이 나오는지를 나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한 날짜는 몰라. 일단 열심히 편집 중이라고 하니까 기다려 보고 있어. 이번 연도 안에는 출간되지 않을까?"
나름 의미 있는 인생 첫 책인데 너무 무신경하게 답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정말 사실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편집본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내려놓고 있을 때쯤 출판사로부터 편집본을 받았다. 편집자님의 메일일 줄 알았는데, 대표님께서 직접 메일을 보내셨다. 알고 보니 대표님이 직접 편집을 한 것이었다. 메일 내용에는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 두 가지가 동시에 왔다. 좋은 소식은 편집본이 드디어 완성되었으니 마지막 검토를 내게 요청한 것이었고, 안 좋은 소식은 출판 업계의 상황이 어려워서 초판 발행부수를 조금 줄여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출판 업계가 다시 활발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편집본은 PDF파일로 받았는데, 상세 페이지의 디자인이 완료되어 있었다. 이미 실제 시중에 팔리고 있는 책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금 편집본을 읽으며, 나의 의도와 다른 부분과 오탈자를 일부 수정했다. 내용은 다 파악하고 있기에 쭉 훑으며 작업을 하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3일 정도 검토를 하고 수정사항을 표시하여 다시 출판사에 전달했다.
곧이어 표지에 들어갈 작가 소개글과 이 책을 쓰게 된 의미를 함께 작성하여 보내달라고 회신이 왔다. 작가로서의 이력은 전혀 없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의 이력만 써 내려갔다. 대학 졸업부터 인턴생활, 전환배치 이력까지 굵직한 인사기록들을 채워 넣었다. 생각보다 특별한 이력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웠다. 앞으로 작가로서의 이력들을 점차 채워 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책을 쓰게 된 의미는 머리말과 맺음말에 장황하게 써놓긴 했지만, 한 두줄 정도의 요약이 필요한 듯했다. 독자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간략한 문장으로 작성하였다.
나의 회사 생활의 모든 과정에서 얻은 실질적인 깨달음을 한 권의 책으로 녹여내었다.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나은 회사생활을 이끌어가시기를 바란다.
이제 정말 책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게 있었다. 바로 표지 디자인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아무리 책의 내용이 좋다고 하더라도, 겉표지가 그리 특별한 게 없다면 사람들은 그 책을 쉽게 스쳐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명작가일수록 더 표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도 날 모르는데 겉모습이라도 화려해야 사람들이 눈길이라도 한번 더 줄 수 있는 것이고, 기어코 책을 집어서 목차라도 볼 것이 아닌가. 그만큼 표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출판사와 연계된 디자이너가 책의 주제에 맞도록 표지를 디자인하여 메일로 보내주었다. 제목과 책의 핵심 내용들이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들어가 있었고, 누가 봐도 직장생활 책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는 이미지들이 깔끔하게 그려져 있었다. 너무도 마음에 드는 표지 디자인이었고, 그 마음을 담아 메일에 회신했다.
이제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 책의 표지와 속지의 디자인부터, 작가 소개와 책의 의미를 요약하였고, 10년 간의 회사생활에서의 노하우와 깨달음들을 알알이 채워 넣었다. 아마도 이 완성본은 곧바로 파주 인쇄소로 넘어가 초판 발행부수에 맞게 찍어내고 있을 것이다. 완성된 내 인생 첫 책을 빨리 손에 쥐어 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이는 마치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10달을 채우고 세상 밖으로 나오길 고대하는 아빠의 마음과도 같다. 나와 마주하게 될 내 첫 책이 어떠한 모습으로 탄생될 것인지 궁금했고, 세상에 어떤 눈으로 비칠지 기대와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드는 그런 오묘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