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만들기

브런치로 인생 첫 책 출간하기(7)

by 똥이애비

출판사와의 미팅 후 계약서를 집에 들고 온 나는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6개월 후 1차 원고를 제출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왜냐하면, 출간 기획서에서 꾸려진 목차들이 모두 브런치 글로 이미 발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한 나는 혼잣말을 했다.


'6개월이 아니라, 3개월이면 충분히 제출할 수 있다고 할 걸 그랬나...'


시간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틈틈이 원고 파일을 만들기로 했다. 단지 여러 군데 흩어져 있던 브런치 글들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게 목차 순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마음을 먹고 천천히 시작하려는데, 회사는 회사대로 팀을 새롭게 옮기고 나서 적응을 해야 했고, 네 살 난 아이는 한층 더 아빠와의 놀이를 요구했다. 게다가 아내는 여전히 내가 글 쓰는 일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겨우 겨우 두 달 만에 하나의 원고 파일로 글들을 합칠 수가 있었다. 다 모아놓고 보니 한글 파일로 80페이지가 넘었다. '이 정도면 책 한 권의 분량이 충분한가'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출판사 편집자가 요구한 말들이 떠올랐다.


"한 꼭지씩 발행된 글들의 양이 조금 더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보통 한 꼭지에 A4용지로 두 장에서 두 장 반정도로 작성하거든요."


이 말이 뒤늦게 떠올라서 부랴부랴 글의 분량을 늘리기로 했다. 브런치에 발행된 글들이다 보니, 그때그때 작성된 내용에 따라 분량이 중구난방이었다. 미 결론을 내리고 마침표까지 찍은 글들을 다시금 읽으며, 이곳저곳에 살을 덧붙여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곤욕이었다. 도무지 어떤 말을 더 이어서 해야 하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또 시간이 흘러갔다.



원고가 진척이 없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미완성의 원고 파일을 핸드폰에 옮겨 담은 것이다. 출,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또는 점심시간 회사에서 틈틈이 원고를 읽으며 글의 분량을 채워 넣었다. 책상 앞에 앉아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 생각나지 않았던 게, 일상을 살아가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들을 적으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분량을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분량을 확보하는 중요한 비법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내가 주장하는 논지에 맞게 예시로 활용하면, 쉽사리 글이 술술 잘 채워진다는 것이다. 읽고 있는 책에서 나와 생각이 비슷한 문구가 있으면 이를 인용하는 것도 글의 분량을 늘리는 좋은 전략이다. 앞서 브런치 곳곳에 흩어진 글들을 목차에 맞게 배치하여 하나의 원고로 만드는데 두 달이 소요되었고, 이번엔 글의 분량을 늘리는데 또 두 달이 소요되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었다. 계약 당시 6개월의 기간을 확보해 놓은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출판사와 1차 원고를 제출하기로 약속한 날이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어색한 문장을 다듬고, 오탈자를 고치는 일이었다. 게다가 머리말과 맺음말을 추가로 작성해야 했다. 먼저 머리말을 작성했다. 내가 이 책을 내게 된 이유, 어떤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대략 어떤 글들이 담겨 있는지를 일목 요연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한 권의 책을 하나의 글로 압축하여 표현해 낸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머리말 작성을 끝낸 후 분량을 늘려 한글 파일로 거의 1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원고를 쭉 훑으며 읽어 내려갔다. 러다 스스로 글의 문맥이 막히는 느낌이 들거나, 문장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수정했다. 다행인 건 브런치가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 기능 덕분에 오탈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맺음말을 작성하는 것만 남았다. 책을 다 쓰고 난 소회를 밝히고,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맺음말은 조금은 편한 일상의 대화 형태로 편안하게 쓸 수 있었다. 이 글은 책의 끝자락에 있기도 했고, 드디어 6개월 간의 '원고 만들기' 투쟁의 끝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6월 마지막 날. 출판사 편집자님께 1차 원고를 메일로 보냈다. 메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검토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지만, 나름 꽤 많은 고민과 역경이 담긴 내 인생 첫 원고였다. 1차 원고를 보내고 나니 속이 한결 후련해졌다. 우선순위에 밀려 미뤄두었던 운동과 브런치 연재를 다시 시작했다. 이제 공은 출판사로 넘어갔다. 출판사에선 어떤 눈으로 내 원고를 검토하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재촉하지는 않기로 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옆에서 "어디까지 했어?"라며 수시로 감시하면, 조급한 마음에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님에게 곧바로 답장 메일이 왔다.


"보통은 원고 마감 날짜를 한, 두 번 미뤄달라고 연락이 오는데, 날짜에 딱 맞춰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소중한 원고를 저희가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조만간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든든한 편집자님의 답변을 읽고선, 이미 제출된 원고는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오롯이 출판사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첫 발을 내딛는 것뿐이고, 출판사는 이미 나 같은 '걸음마'를 수없이 봐왔을 테니 말이다. 그저 '담담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면, 언젠가 좋은 소식으로 연락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내 인생 첫 원고는 머릿속에서 잠시 지워놓고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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