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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Feb 14. 2024

직장인 연봉 1억을 찍어도 바뀐 건 없었다.

"하지만 내 가치는 언젠가 빛을 볼 거야!"

  연말정산을 하며 원천징수액을 확인해 보니 작년 기준으로 드디어 연봉 1억을 달성했다. 직장생활을 한지 만으로 11년이 지난 시점이다. 누군가에겐 작은 돈일 수도 있고 어차피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일 뿐이지만, 나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천천히 몸값을 올려 가자!



스스로 이런 다짐을 하며, 아내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아내는 내가 기대한 것보다 크게 기뻐하진 않았다.


"잘됐네. 근데 물가나 집값, 세금 따져보면 그리 높은 연봉도 아니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아내가 말한 게 맞다. 왜냐하면 연봉 1억을 찍었다고 해서 우리 생활이 달라진 건 아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높은 집값을 걱정해야 했고, 외식도 마음 편하게 하지 못했으며, 금리가 높아져 대출 이자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할까? 여전히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도대체 얼마나, 언제까지 벌어야 마음 편히 내 집에 누워 있을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내는 이따금 내게 말했다.


"우리는 진짜 나라에서 아무런 혜택도 못 받는 진정한 복지 사각지대야."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정책을 할 때마다 소득으로 제한을 두니까, 우리같이 물려받은 것도 없는데 소득만 좀 초과했다고 지원조차 못하잖아..."

"그건 그렇지, 정책만 보면 벌이는 얼마 안 되거나, 정확한 소득이 계산 안 되는 사람들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특별 공급이나 그런 혜택 받아가는 거지 뭐... 이미 분양가 자체가 지금 정부에서 제한하는 소득만으로는 살 수 없는 수준인 걸."

"소득이 높다는 건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인데, 자산 제한이 아니라 자꾸 소득 제한으로 기를 꺾어 놓으니까 누가 정상적으로 돈 벌려고 하겠어."

"맞아, 그렇다고 벌고 있는 소득을 일부러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고... 휴..."


가끔 이런 답이 없는 대화가 오갔고, 그럴 때마다 세상을 조금 염세적으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희망으로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우리 자식에겐 어떤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연봉 1억을 받아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뉴스 기사를 찾아보니, 연봉 1억 원이 넘는 근로자는 대략 130만 명 수준으로 상위 15프로 내외라고 한다. 세금을 제외한 월 실수령액은 6백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나 또한 성과급과 각종 수당을 합치면 대략 그 정도 받아왔던 것 같다. 사업 또는 자산 소득을 제외한 근로소득만 의미하는 것이므로, 상위 15프로가 그리 높다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진짜 부자들은 사업과 자산 소득의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약 2천만 명의 근로자 중 기타 소득이 300만 원 이상 발생하여 별도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사람들이 1천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별도의 추가적인 소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배당, 이자 등의 소득까지도 감안한다면, 꽤나 높은 비중의 사람들의 종합적인 소득 증가할 것이다. 이걸 보면 근로 소득 상위 15프로인 연봉 1억은 실제로는 별 게 아닌 것이 맞듯싶다. 내가 체감한 것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스스로 괜히 뿌듯해할 필요도 없었다.


  연봉 1억 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저 하나의 문턱을 넘은 것과 같다. 명한 건 다른 수많은 문턱들이 있고 나름대로 사람들은 그들만의 문턱을 넘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게 나와 같이 시간과 노동력을 팔아서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고, 자본과 아이디어를 팔아서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고, 본인의 타고난 능력과 매력을 팔아서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을 테다. 결국엔 자본주의 사회에선 무언가를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것이고, 더욱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팔 수록 우린 더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난 드디어 십여 년 만에 내 시간과 노동력의 가치를 연간 1억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내 가치를 부러워할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연봉 1억 5천 또는 2억을 받는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부러워만 할 수는 없다. 서 과장의 <사는 동 한 번은 팔아봐라>라는 책에서는 더 잘 파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나에게 투자해서 지식을 늘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팔면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남들의 높은 소득을 부러워할 시간에 우리에게 투자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고, 시장과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치와 어떻게 매칭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겠다. 지금 당장 연봉 1억 원의 근로소득이 내 삶을 바꿔주지는 못했으나,  나의 가치를 올려서 높은 부가가치로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다 팔 수만 있다면, 조만간 내 인생은 꽤나 많이 달라져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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