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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04. 2022

취향 차이 120프로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법

"함께 산지 6년 차, 서로 다른 우리가 깨달은 4가지 규칙"

  아내와 난 1년 반 정도 연애하고 결혼 생활에 돌입했다. 연애하던 시절엔 몰랐다. 우리가 이렇게 다를 줄은. 연애할 때는 서로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일도 내색하지 않고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혼 생활 시작한 지 1년도 안돼서 삶의 곳곳에서 우리의 취향 차이가 명백히 드러났다. 우리의 120프로 취향 차이를 하나씩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1) 집안일

  결혼 생활 초기부터 집안 일로 많이 부딪쳤다. 나는 강박적이진 않지만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깔끔한 편이었다. 특히 썼던 물건은 제자리에 두고 바로바로 생각날 때 꺼내 쓰는 편이었는데, 아내는 쓰던 물건을 아무 데나 놔둔다. 그리고 나중에 어디 갔는지 모른다. 난 자기 전 침대가 깨끗한 생태로 눕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내는 침대 위에서 라면을 부셔 먹는다. 라면을 부셔 먹고 남은 부스러기나 가루가 침대에 떨어져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화장실은 원래 냄새나고 더러운 곳이라는 생각인데, 아내는 화장실이 깨끗한 상태여야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 외에도 집안일에서 이와 비슷한 차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우리는 이러다간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서 해결책을 찾았다. 서로가 예민한 집안일을 맡아서 하는 것이다. 나는 주로 방청소, 설거지, 분리수거, 빨래 개기, 물건 정돈하기 등이고, 아내는 요리, 화장실 청소, 빨래 돌리기, 음식물 쓰레기 정리 등이다. 침대는 따로 쓰기로 했다. 나는 거실 매트리스에서 잔다. 서로의 침대관은 양보할 수 없었고, 분리 수면을 통한 수면의 질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2) 입 맛

  우리는 입 맛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요리의 주도권이 아내에게 있다 보니, 나에겐 불만이 좀 쌓여있었다. 나는 육류를 좋아하고, 한 입 가득 먹을 수 있는 걸 좋아한다. 음식과 어울리는 술과 함께 곁들이는 것을 즐기고, 식사를 빨리 끝내는 편이다. 아내는 정 반대다. 주로 제철 해산물을 좋아하고 많은 노력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깨작깨작 먹을 수 있는 꽃게나, 닭발 같은 것을 좋아한다. 아내는 배가 금방 부르니 조금씩 발라먹는 재미를 오래도록 느끼기에 당연히 식사 시간도 오래 걸린다. 술은 가끔 하지만 나만큼 즐기지도 않는다. 해결책은 서로의 입 맛을 인정하는 것이다. 빨리 먹는 내가 식사 후에 아이와 놀아주고, 아내가 다 먹고 나면 나와 교대한다. 저녁 식사 시간 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는 아이를 재우고, 야식 맥주 타임에서 해결한다. 주말 중 하루는 내 위주의 식단, 나머지 하루는 아내 위주의 식단으로 서로 배려한다.


3) 문화생활

  1년이 넘은 시간 동안 연애는 어떻게 했었나 싶지만, 문화생활에서도 차이가 크다. 우선 음악부터 얘기해볼까 한다. 나는 멜론 TOP 100 위주로 많이 듣는다. 대중음악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아내는 나는 잘 모르는 해외, 주로 미국, 영국, 일본 쪽 음악을 듣는다. 난 한 가수의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음악을 반복하여 듣지만, 아내는 한 가수의 전곡을 다 들어본다.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도 차이가 있다. 나는 마블 시리즈와 같은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를 즐기지만, 아내는 영화 속에서 교훈과 공감을 찾는다.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나는 예전 개그콘서트와 같은 직접적인 코미디 프로를 즐겨봤지만, 아내는 김구라 스타일의 풍자와 독설 개그를 좋아한다. 이런 문화생활 차이는 각자의 개인 시간을 존중하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공통의 관심 영역의 문화는 함께 즐기지만, 취향이 확고히 달랐을 때는 각자 즐길 수 있도록 서로의 시간을 배려해주기로 했다.


4) 육아관

   딸아이가 이제 세 살이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가장 크게 달랐던 부분은 나는 아이가 잘 안 먹을 때 내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고 빨리 식사를 마무리하는데, 아내는 버릇된다고 혼자 스스로 먹도록 내버려 두게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렇게 해야 된단다. 훈계를 시작했는데 나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아내는 달래는 어조로 말한다.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아이는 두 말 다 안 듣는다. 잠을 재울 때도 나는 불을 다 끄고 스스로 잠이 들게끔 하는데, 아내는 아기가 놀다 지쳐 잠들 때까지 내버려 둔다. 놀 때도 난 주로 몸으로 놀아주는 편이고, 아내는 앉아서 할 수 있는 그림 그리기, 소꿉놀이 등의 활동을  한다. 육아관의 차이점은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합의점을 도출하고 있다. 아이에게 부모의 일관된 행동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부모의 역할도 어느 정도 나누었다. 주로 놀아주는 것은 내 담당이고, 아이의 아침 식사와 야외 활동에서 아이의 안전을 책임진다. 아내는 아이의 소지품을 챙기고, 식사와 간식을 주로 담당한다. 목욕과 수면도 아내 몫이다.


    이렇게나 다른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나 싶지만, 벌써 결혼 6년 차가 되었다. 성향과 취향 차이가 심한 편인데도, 나름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물론 해결점을 도출하기 전까지는 많은 다툼이 있었지만, 요새는 그런 부부싸움은 잦아들었다.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겨서 아이의 육아에 집중하느라 서로에 대해 사소한 것으로 싸울 여력이 없었던 것일 수 있지만, 앞 서 얘기한 우리의 차이점들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우리 부부가 마음속 깊이 깨달은 것이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정독하신 분들을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아래의 네 가지 규칙으로 정리해 보았다. 취향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연인 또는 부부있다면, 이를 통해 더욱 돈독해지길 바란다.


  1) 상대방의 취향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기

  2)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고, 각자 즐길 수 있는 시간 갖기

  3) 공통사항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고,

        각자의 역할 나누기

  4) 서로의 성향과 취향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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