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라 했던 바디 프로필이 건강을 망친다
"인생은 끊기지 않는 동영상이야"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바디 프로필을 찍는 것이었다. 이 항목을 추가한 건 내가 서른이 되던 해에 더 늙기 전에 내 최고의 몸상태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소망이었다. 운동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었고,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헬스도 꾸준히 해왔었기에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 결심을 한 날도 그냥 가볍게 함께 헬스를 해왔던 회사 후배에게 가볍게 던진 말이었다.
"우리 어차피 운동하는 거 바디 프로필 같이 찍어볼래? 요즘 유행이잖아""
이 말 한마디가 회사 헬스장에서 서로의 바벨을 무심히 들어주며 개수를 세어주는 것 이상의 목표를 갖게 했다. 그 말을 내뱉은 이후로 우리는 헬스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좀 더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닭가슴살과 단백질 보충제를 구매했고, 유튜브를 통해 운동법을 배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일은 말 나온 김에 바디 프로필 스튜디오를 빨리 예약하는 것이었다.
이제 예약금을 입금한 상태이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한다. 그냥 직진이다. 앞으로 촬영까지 3개월. 몇 달간 헬스를 함께 해왔기에 근육은 나름대로 붙어있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PT를 받은 것이 아니기에 바디 프로필 후기와 유튜브를 찾아보며, 최대한 근육을 유지하면서 체지방만을 컷팅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은 오트밀, 고구마, 바나나가 전부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닭가슴살. 물리도록 먹었다. 체중의 2배가 되는 단백질 함량, 예를 들어 체중이 70킬로라고 한다면 140그램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계산했다. 지방은 아몬드와 오메가 3으로 채웠다. 결론적으로 다이어트는 식단과의 싸움이었다. 운동은 중량을 낮추고 고 반복으로만 수행하기만 하였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마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였다.
체지방 9프로. 인바디 측정 결과였다. 바디 프로필 촬영 날짜가 딱 일주일 남은 시점이었다. 나는 배고픔에 점점 예민해지고 있었다. 아내가 밤에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면 나는 정말 그 얼큰하고 시원한 라면 국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처지가 서러웠다. 이걸 도대체 왜 하고 있는 거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사서 고생하는 건지 후회가 막심했다. 이 시점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게 아깝기도 하고, 고작 일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버텨냈다. 그리고 바디 프로필 촬영 당일. 이틀간 물을 제대로 먹지 못해 침 삼킬 때마다 목구멍이 뻐근했다. 배고파서 힘은 없어지만 남아 있는 마른 근육들을 쥐어 짜내 최대한 돋보이도록 했다. 촬영 결과물은 만족했지만 나에겐 후유증이 남았다.
가장 먼저 시작된 건 부종이다. 염분 없는 식단과 억제하고 있던 수분이 촬영이 끝나고 찾은 뷔페에서 급작스럽게 풀어지니, 다음 날 바로 몸이 붓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살이 눌려있는 상태로 몇 초간 지속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복부팽만이 있었다. 하루 종일 배부른 듯 복부에 가스가 가득 차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일주일간은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정말 고생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폭식이었다. 참아왔던 식욕이 터져버리자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다. 습관적으로 음식이 목구멍에 차오를 때까지 계속 욱여넣었다. 특히 술이라도 함께 먹는 날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폭식증과 당 중독이 찾아오자 체중은 한 달도 안 되어 13킬로 이상 불어있었다. 결국 바디 프로필 촬영하기 전 평소 몸무게에 비해 5킬로 이상은 더 찐 것이다. 말로만 듣던 요요현상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바디 프로필 촬영의 결과물은 나름 만족스러웠지만, 이로 인해 건강을 많이 해쳤다. 주변 사람들이 도전한다고 한다면 사실 나는 말리고 싶다. 급하게 만든 몸상태로 한 순간의 장면을 위해서 나는 인생의 후유증을 짙게 남겼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은 식욕에 대한 충동이 많이 줄었고 건강을 위한 운동을 추구하고 있지만, 불어난 몸은 아직 정상 체중으로 회복하지 못하여서 건강한 돼지로 살아가고 있다. 여러분도 인생의 한 컷을 위해 평생의 건강을 포기할 것인가? 사람의 인정 욕구를 건드리는 상술로 인해 평생 잘못된 식습관에 중독될 것인가? 어차피 자기만족이긴 하지만 이런 부작용도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선택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가수 김종국이 방송에서 바디 프로필에 대해 언급한 명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인생을 사진에다 걸면 안 돼! 인생은 끊기지 않는 동영상이야. 운동은 부상 없이 건강하게 꾸준히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