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난 운동을 좋아했다. 헬스를 처음 접한 건 군대에서였다. 군대 후임이 트레이너였는데, 몇 달간 그를 통해 공짜로 근육 쓰는 법을 배웠었다. 전역을 하고는 학업과 취업준비로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좀 멀리 했는데, 그래도 틈틈이 시간 나면 기숙사 헬스장과 동네 헬스장을 들락날락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취업 후 회사 헬스장에서 회사 후배와 함께 바디 프로필을 목표로 운동했던 시절이다. 그게 내가 결혼을 하고 신혼 초였는데, 취미로 헬스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아내가 별로 좋아하진 않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회사 생활과 헬스를 병행하니 가정에 소홀하다.
2) 헬스 장비와 닭가슴살, 보충제 등 돈이 많이 든다.
3) 식단관리로 본인과 즐거운 식사를 못한다.
하지만 난 다른 취미보다 헬스가 건강하고 건전한 취미라며 아내를 설득했다. 한창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평일엔 회사 끝나고 헬스를 하더라도 주말엔 아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식단관리도 마찬가지로 주말엔 먹고 싶은 걸 함께 먹었다. 물론 술도 한 잔씩 했다. 헬스 장비와 보충제는 최소한으로만 갖췄지만, 닭가슴살은 양보할 수 없었다. 워낙 한국인의 식단에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돈이 많이 들어가는 PT는 받지 않고, 유튜브로 대체하기로 했다. 다행히 헬스를 함께하는 회사 후배가 과거에 몇 달간 PT를 받았었고, 나도 군대 시절에 배웠던 운동 방식을 다시 기억해내고 있었다.
헬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는 바디 프로필이었지만, 바디 프로필 후 부작용이 꽤 있었고 목표가 사라지자 의욕도 차츰 사라져 갔다.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고, 새로운 운동 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유튜브로 헬스 관련 영상들을 엄청 많이 봤다. 누가 보면 아주 재밌는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뚫어지게 몰입해서 보았다. 실제로 재미있는 영상도 꽤 많았다. 그렇게 드라마를 보듯 영상을 하나씩 하나씩 보면서 깨달았다. 앞으로는 건강을 위주로 헬스를 하기 위한 '평생 헬스'를 추구하기로 한 것이다. 바디 프로필과 같이 한 여름밤의 꿈 차럼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운동이 아니라 평생 헬스를 통한 건강한 삶을 목표로 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부담도 없어지고 꾸준히 운동 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까지 벌써 6년째 이어오고 있는 나만의 '평생 헬스'를 통해 깨달은 바를 풀어보고자 한다.
헬스도 예술이다
헬스로 몸을 가꾸고 몸매를 보기 좋게 만들 수 있다. 이것에 만족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데, 좀 더 아름답게 아니면 좀 더 멋지고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럼 헬스가 점차 취미가 아니라 일생의 사명처럼 되어버리고, 약물과 같은 불법적인 방식에도 손을 대게 된다.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보다 한순간의 지름길 유혹이 너무나 크고 그 효과는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듯 헬스라는 운동도 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스포츠이다 보니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남다른 힘이 있다. 그래서 남들이 1~2년 간 늘려온 중량을 한순간에 들어버린다. 타고난 장사 체형이라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는다. 한마디로 기골이 장대하다.근육의 크기도 그렇지만 근신경계 발달과 근육의 모양도 타고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이들을 보면서 본인들의 노력이 의미가 없어 보여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헬스라는 운동을 할 때 자신의 타고남을 감안하여 목표를 잡는 것이 몸과 정신 건강에 좋다.
헬스로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다
헬스장 광고를 보면 운동을 통해 3개월 만에 10킬로씩은 우습게 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한다. 살 빼기 위해 헬스를 시작했는데, 체중은 오히려 증가한 경우를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것이다. 헬스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지만, 그 근육이라는 것이 쉽게 생기지 않을뿐더러 근육량 증대로 인해서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올라가지도 않는다. '근육이 붙기도 했고 운동을 했으니 좀 먹어도 괜찮겠지'라는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소비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들어오니 점차 '근육 돼지'가 되어가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만 1~2시간씩 죽어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론 살 빼기 위해서는 무산소성 운동보다는 좋지만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식단관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1~2시간의 유산소 운동을 한순간의 달콤함으로 날려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이어트에는 식단관리가 필수적이고, 운동 특히 헬스와 같은 근력운동은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이다.
건강을 위한 헬스는 따로 있다
보여주기 위한 헬스와 건강을 위한 헬스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보여주기 위한 헬스는 단기적이고 전문적이다.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이번 여름에 바닷가에 가기 위해 몸을 만든다.
2)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바디 프로필에 도전한다.
3) 동네에서 열리는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한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트레이너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단기적으로 자신의 몸을 최적의 상태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혼자만의 의지와 능력으로는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준비하다 보면 부상도 생기기 쉽고, 정신적인 피폐함으로 인해 주변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요요와 폭식증 등의 몸과 정신의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보여주기 위한 헬스를 추구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건강을 위한 헬스는 장기적이고 개인적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건강의 목표가 개개인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하는 것부터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목표 설정이 가능하다.
1) 현재 자신의 체중과 근육량을 평생 유지한다.
2) 몸의 균형을 맞추고 땀 흘리며 활력을 얻는다.
3) 자신의 아이 또는 가족과 함께 취미로 즐긴다.
4) 자신만의 페이스로 혼자 사색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5) 재밌게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장기적인 목표 속에서 단기적인 성취를 이루어야 꾸준히 지속 가능하다. 내가 6년간 건강을 목표로 '평생 헬스'를 이어오고 있는 것도 장기 목표를 잡고 이를 위한 단기 목표를 세분화했기 때문이다. 재밌게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면, 헬스장에서 재밌게 운동할 수 있는 단기적인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 하나씩 이뤄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번 주엔 벤치프레스 45킬로로 100개 했으니, 오늘은 50킬로로 100개 해야지!', '어제는 가슴까지만 땀 흘렸으니, 오늘은 배꼽까지 땀 흘려야지!'와 같은 식이다. 본인이 그날의 컨디션을 고려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뤄가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계속하다 보면 자존감도 올라가고 보람도 생기며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6년째 꾸준히 헬스를 해오고 있지만 건강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혼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헬스를 통해 평생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이것만큼 효율적인 게 없다. 문제는 자율성이 큰 운동이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나가느냐에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내가 지금껏 꾸준히 해 올 수 있었던 것도 보여주기 위한 헬스에서 건강을 위한 헬스로 전환한 덕분이고, 장기적으로 몸을 유지해 나가면서 딸아이와 함께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멋진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도 나만의 재미있게 운동하는 법을 찾았고, 중간중간 쉴 때는 혼자 사색도 즐기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는 여유도 생겼다. 헬스를 이제 막 시작하시가나 헬스를 해보고자 하는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이 글에서 내가 깨달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헬스라는 매력적인 스포츠를 맘껏 즐기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