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Cooking Scenes From Movies <Chef>
독일 주방 용품은 기본적으로 수출용과 내수용이 다르다. 나라별로 정서와 요리법이 다르기에 디자인을 수출국의 조리법이나 사정에 맞게 변경하여 판매하는 것이 수익이 높으니 그럴 수도 있다. 기능만큼은 내수용이 더 좋은 것 같다. 어찌 됐든 쇠로 만드는 독일 제품은 참 튼튼하다.
그런데 냄비 두 개에 뚜껑 하나를 기본 세트로 판매한다. '한 개는 뚜껑을 덮지 말란 말인가?'
일단 유럽 음식은 지글지글 보글보글 펄펄 끓이는 찌개나 국의 종류가 많지 않다. 뜨거운 음식은 수프 정도 나머지는 그릴 오븐에 요리한다. 뚜껑이 썩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그렇지 냄비 두 개에 뚜껑이 두 개여야 남는 장사가 될 텐데 그들은 그렇게 생산하질 않는다.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문의했다. 이유인즉 냄비 두세 개를 함께 사용하며 요리를 할 때는 통상 뚜껑을 다 덮고 조리할 일이 많지 않다고 한다. 음식 재료를 넣고 간을 보고 휘젓고 하다 보면 뚜껑은 사용할 일이 적다. 당연하다는 듯이 냄비 두 개에 뚜껑이 하나란다. 많은 양의 음식이 필요한 날은 큰 냄비에 가족끼리 적은 양이 필요한 날은 작은 냄비에 냄비 뚜껑 크기는 같고 깊이는 다르다. 감자와 옥수수를 삶는 데 사용하는 압력솥도 그렇다. 같은 회사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타 회사 것도 일반 냄비는 거의 비슷하다. 안전문제로 압력솥은 조금 다르다. 판매상이 원하고 고객이 원했는지는 몰라도 어찌 됐든 독일 냄비는 시시콜콜 그런 모양이다. 자원을 아끼고 검소함이 미덕인 나라의 당연한 모습 중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우리 가장들 도대체 구매해 간 냄비와 솥 세트로 밥은 얻어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합리주의 실용성이란 차원에서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 내수용 벤츠, 아우디, BMW 3대 메이커 모두 최고 옵션 장착률은 높지 않다. 독일에선 손님들의 안전문제로 택시 대부분이 메르세데스 벤츠로 운행한다. 그런데 뒷문 유리창이 수동이 훨씬 많다. 처음엔 깜짝 놀라다 못해 장난하는 줄 알았다. 기어 변속장치도 오토매틱보단 수동 형태가 훨씬 많고 장애인 차량에만 오토매틱 변속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차량은 95% 이상이 오토매틱을 옵션으로 하고 있기에 달리 생각하면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그래서 독일 측에서도 아시아 시장을 중요시하고 그중에서도 한국시장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차와 새로운 옵션이 개발되면 일단 한국시장에 먼저 소개해보고 반응을 살필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1600CC 자동차도 모두 파워 핸들에 풀 옵션으로 장착한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까지도 왜 손가락 하나로 창문을 내리고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판매술에 세뇌를 당한 것일까? 내가 너무 쪼잔해서 이런 것까지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확실히 미국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찌 됐든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