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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omad Jul 11. 2024

유럽 문화체험 음식부터 1




[QR] Bistro Fada from the Motion Picture <Midnight in Paris> OST



언어는 문화다. 그 문화의 중심에는 음식이 있다. 

대화의 소재로 음식 이야기는 주요 메뉴로 올라온다. 


동서고금 어느 문화권에서도 생존에서부터 풍요로움까지 소중함에서 다양함까지 식사라는 이름으로 음식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의 포용이라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장르가 먹거리 문화다. 어떤 민족과 인종은 그들만의 음식을 오랜 기간 먹고 마시며 다양하게 나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건만 내 것만을 고집하며 그들의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옹고집 마음은 여행객으로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하루에 한 끼라도 찌개에 김치를 먹지 못하면 힘을 못쓰는 여행객이 있다면 정신력으로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면 떠나지 않고 집에 머무는 것이 더 좋다. 


관광(觀光)은 다른 빛을 보는 것이다. 그 빛의 내용에는 음식도 포함된다. 도전해 보고 그들의 음식 문화 속에 나를 맡겨보자. 유럽 스타일 식사를 알기 전에 우리 음식은 잘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유럽 친구를 사귀었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 음식 무엇이든지 소개해 주고 싶을 것이다. 전골, 불고기, 나물, 생선회, 분식 등 독특할수록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더 든다. 그러나 음식을 소개하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도 드물다. 개별 여행이든 단체 여행이든 가족 간에도 각자 먹고 싶은 게 다를 수 있건만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먼저 우리가 알고 영어 단어 중에 레스토랑이나 기타 음식에 관련된 용어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마저 유럽의 중소도시에선 통하지도 않는다.


국내의 모 회사 간부들과 이탈리아 밀라노의 빅토리아 엠마누엘 2세 갤러리에 있는 사비니(Savini)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밀라노에서도 손꼽히는 레스토랑 중의 하나다. 지긋한 연배에 나비넥타이를 한 웨이터가 현관에서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일행이 몇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흡연과 비흡연 창가와 중앙 테이블의 선택 여부를 멋지게 물어보고 안내한다. 참 멋지게 시작된 시간이다. 메뉴는 이미 예약을 했고 열두 가지 코스가 전체 코스인 정식이 4종류 본식이 3종류 디저트가 3종류 중간에 따로 주문할 수 있는 별식 2가지 이렇게 아주 성찬이 준비되었다. 정식은 주로 해산물 위주였고 본식은 육류를 주문했다. 정식이 시작되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키안티 클라시코를 적당한 선에서 주문했다. 가볍게 한 잔씩하고 있으니 정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 개 두 개 나름의 순서에 따라 멋지게 서브되고 맛도 일품이다. 본식 두 번째에서는 훌륭하다는 얘기와 함께 모두가 포만감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 코스에서는 슬슬 시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이미 식사 시간은 2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아직도 별식과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벌써 지쳐 보인다. 비싼 요금 내고 고문당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유인즉 초반전에 우리식의 성급함으로 빨리빨리 접시를 치워나갔다는 것이다. 두 번째 와인이 과했다. 와인을 좋은 음료로 생각하며 음식에 궁합을 맞춰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홀짝홀짝 너무 많이 마셨다는 데 원인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화가 빠져있었다. 이런저런 화젯거리로 대화가 양념으로 꾸준했다면 음식의 맛과 코스 안배는 훨씬 풍성했을 것이다. 끝내 디저트 한 종류로만 생략하고 2시간을 조금 너무 기고 나서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그 좋은 식사와 와인은 비용 대비 만족도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음식을 섭취하는 단계가 아닌 즐길 수 있는 단계로 에너지원을 충전하는 수준이 아닌 격 있는 사교의 장으로 식사사 정착되어야 한다. 토플과 토익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격 있는 식사 자리에 많이 노출되고 훈련되어야 생길 수 있는 예의와 매너다. 한두 번 교육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식사 자리에 자주 참여하여 체득해야 하는 격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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