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OST 'Red Red Red' _Loic Dury
유럽인들 식탁에서는 와인을 제외할 수 없다.
마치 한국인들 식탁에 김치가 올라오는 것처럼 깍두기든 열무김치든 어떤 식으로든 밑반찬 중심엔 김치가 있어야 한다. 유럽 음식이야말로 와인으로 시작해서 와인으로 완성된다.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로제와인 샴페인 물을 희석한 와인 어떤 것이든 와인이 목젖을 적셔야만 유럽음식은 궁합이 맞아간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를 거쳐 전 유럽에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한 포도주를 빼놓고는 유럽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요즘 들어 국내에도 와인 애호가들이 늘고는 있지만 와인을 고르는 방법과 주문하는 방법을 실생활에서 접근한 글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연간 생산되는 와인의 종류가 워낙 많고 그해 강수량과 햇볕의 강도 바람의 세기 등 조건이 다양하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것만으로도 전화번호부만 한 두께로 몇 권씩 발행되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공부하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어떤 지역의 와인을 구입하든 병에 이런저런 글자와 로고 기타 암호가 숨어있다. 일단 비싼 와인이 맛있겠지 당연하다. 답은 나왔다. 비싼 거로 사면된다.
아주 일반적이지만 실패하지 않는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1.5도부터 14도까지가 가장 흔하다. 그리고 연도가 오래될수록 비싸고 맛있는 건 아니다. 생산단계부터 1년 안에 소비를 목적으로 만드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빈 그린 찡 마을의 '호이리게' 햇포도주가 그렇고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가 국내에는 좀 알려져 있다. 2~3년 숙성 후 오픈을 계획하며 와인을 담근다. 처음부터 명품으로 재배부터 계획된 와인들도 있다. 그중에 그해 여름비가 적고 태양이 많았던 해의 포도는 과일 자체가 좋았기에 와인의 향과 맛도 좋게 된다. 포도나무는 뿌리가 물에 약해서 물이 많으면 썩기 시작한다. 그래서 경사면에 많이 심게 된다. 그리고 경사면에 심으면 포도나무 잎들이 태양을 접하는 면적이 넓어져서 당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배수가 잘되어 당도를 희석할 수분공급이 적고 포도나무 잎들이 다른 나뭇가지에 덜 영향을 받으니 일조량이 더욱 증가하여 당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을이 되어 수확을 하고 나면 껍질과 알맹이를 함께 으깨서 발효를 시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침전물이 생기게 되는데 요즘은 필터나 거름종이가 워낙 발달하여 침전물을 잘 걸러내기는 하지만 예전엔 확실하지 못했기에 병에 마지막 안전장치를 해 놓았다. 바로 병 아래쪽을 자세히 살펴보면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병 밑이 엄지손가락 마디 하나만큼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엄지손가락 두 마디가 모두 들어가기도 한다. 양은 표면에 750ml라고 쓰여 있다면 그 양이 모두 담긴다. 양을 속이기 위해 병 밑을 움푹하게 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쌀을 일을 때 이쪽 바가지에서 저쪽 바가지로 조심스레 살살 돌리면서 물을 이용해 겨처럼 작은 이물질은 물 위에 떠오르게 하는 현상을 이용했고 작은 돌은 쌀보다 무겁기에 마지막까지 조심스레 돌리다 보면 걸러지는 이차와 같다. 그래서 와인을 잔에 따를 때 마지막에 병을 살짝 돌리는 이유가 바로 혹시 모를 침전물이 병 안에 남아있게 하기 위해 그들 나름의 방법이었다. 레스토랑이든 와인을 판매하는 어떤 장소이든 병 아래를 찔러보라. 분명 더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더 비싸고 더 맛이 보장된 와인이다. 결국 비싼 게 병 밑이 더 움푹하다. 그런데 비슷한 가격에 분명히 병이 더 움푹한 것이 있다. 희한하게도 어떤 것은 30유로에 엄지 한마디 반이 들어가고 어떤 것은 25유로인데 엄지 손가락이 모두 들어가고도 조금 모자란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약간의 견과류나 치즈와 함께 마시기에는 엄지 손가락 하나 혹은 하나 반이면 훌륭하다.
부대찌개에 레드와인 두부찌개에 화이트와인 조합은 전혀 상상도 안된다. 사실 일반 한국 음식에 와인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한국 음식의 향이 포도의 향보다 훨씬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군고구마와 코냑 소주와 네덜란드 치즈 스테이크와 막걸리 백김치와 위스키 서로 간의 모독 일 수 있다.
바로 음식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