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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현 Jul 20. 2021

오늘은 스콘 때문에 살고 있다.

지연된 보상을 위해 오늘을 참아 내는 사람들에게

-넌 뭐 때문에 하루를 살아?
-오늘은 스콘 때문에!


하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아주 사소한 것들의 존재는 꽤나 힘이 있다.

나를 위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하루는 기대로 가득하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매일을 살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조금은 먼 훗날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루 안에 존재하는 고생하는 나를 위한 작은 응원과 보상은 그 매일을 무사히 살아낼 수 있게 해 준다.

오늘은 조금 비싸지만 맛있게 구워진 스콘이 내 하루를 일궈냈다.


대학교 수업 시간에 '지연된 보상'이라는 개념을 다룬 적이 있다. 

지연된 보상이란 나중의 결과를 위해 현재에 하고 싶은 일이나 힘든 일을 참아냄으로 얻는 보상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시로 마시멜로우 실험이 있는데, 당장 먹고 싶은 욕구를 참고 시간이 지나서 얻어낸 마시멜로우 2개가 지연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연된 보상을 위해 오늘 보고 싶은 영화를 넣어두고, 당장 맛보고 싶은 마시멜로우를 바라만 보는 것은 '인내심이 좋다'. '성실하다'라는 말로 포장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나중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 개념을 알고 난 뒤에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하루가 아니라 나중을 위해서 오늘 하루를 살고 있지 않은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에게 나중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건 너무 당연했다. 내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투자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매일에 대한 의미는 '  '를 준비하는 날들로 통일되었다. 

나는 매일 수능을 위해서 살던 때가 있고 매일 돈을 모으기 위해 살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 있는 단 하루의 의미는 찾지 못한다.


하루는 매일 있지만, 하루는 하루만 있다.

당연히 나중을 위해서 오늘 하루를 고생해야 할 날들도 있다. 그런데 오늘 하루를 사는 이유가 그 나중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보자!

오늘이 꼭 특별한 하루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나는 오늘, 나는 지금 뭘 원하지?라고 물어봐주기로 하자


매일의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데 나중에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미래를 준비하는 오늘이라 할지라도 당장 오늘의 스콘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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