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심리 사례 5
프로이트의 한 여성 환자의 어린시절 거짓말은 다음과 같다.
등교길에 한 친구가 “우리는 저녁 먹을 때 아이스를 먹는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자 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매일 먹는데 뭘” 그러나 사실 여자는 아이스가 무엇인지 몰랐고, 긴 덩어리의 얼음으로만 알고 있었다.
여자가 열 살 때는 선생님이 손으로 원을 그리라고 지시를 했는데 그녀는 컴퍼스를 이용해서 동그란 원을 쉽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여자의 종이에 컴퍼스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선생님이 여자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고집스럽게 컴퍼스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여성이 어린시절 거짓말을 하게 된 원인은 다음과 같다.
그녀는 다섯 아이 중 맏이었는데 일찍부터 비정상적일 정도로 아버지에게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지 않아 아버지가 자신의 생각처럼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었고 영향력 있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상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세상에 대항해서 아버지를 도우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버지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인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학교 친구들에게 아이스를 매일 먹는다고 허풍을 떨었던 것이다.
대신 아버지는 훌륭한 제도공이었고 자식들 앞에서 기술을 과시했는데 그것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봐,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잘 그리는지!” 아버지에 대한 지나친 애정의 집착이 그녀의 거짓말과 속임수에 표현되어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저녁 식사 시간에 먹는 아이스가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때의 기억에 비롯된 심한 자기 비난 때문에 유리 조각만 봐도 두려움에 떠는 병리적인 상태가 되었다. 독일어로 유리Glas는 영어 glass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어의 얼음glace과 유사하게 발음되기 때문이다. Glass(유리)가 소리의 유사성에 따라 glace(얼음)를 떠오르게 하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고, 그 기억은 자기 비난을 불러일으키며 유리조각만 봐도 두려움에 떠는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언어의 정신분석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무의식은 소리의 유사성과 인접성을 따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