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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망심리 May 13. 2023

언어로 애인과 수음을 한 쥐인간

마망심리 사례4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모든 것을 성욕일변도로 해석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텍스트를 자세히 읽어보면 굉장히 언어학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점에 주목하여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페르드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언어학을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 라크 라캉(Jacques Lacan)의 정신분석이다. 


프로이트의 환자인 쥐인간의 증상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쥐인간이 기도를 하는 중에 성적인 환상이 자꾸 떠올라서 기도를 할 수 없었다. 성모에 대해 음탕한 생각을 하고 애인과 섹스하는 환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환상을 쫓아내기 위해 기도문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기도문의 첫 글자를 따서 주문을 만들고 마지막에 아멘(amen)을 붙였다. 그것이 바로 글레이자멘(Glejisamen)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로이트가 이것을 해석해낸다. 쥐인간의 애인의 이름이 지젤라(Gisela)인데 거기에 정액(Samen)을 붙인 것이라고 말이다. Glejisa는 Gisela(지젤라)의 철자를 바꾸기한 것, 즉 아나그램(anagram)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로 사랑하다는 에메(aimer)인데 이것의 철자의 자리를 바꾸기 하면 성모 마리아(Marie)가 된다. 지젤라(Gisela)의 철자를 바꾸기 하고, 애인의 이름에 있는 s를 amen 앞에 붙여서 정액(Samen)을 만들어 붙이면 글레이자멘(Glejisamen)이 된다. 말하자면, 쥐인간은 언어로 애인과 수음을 한 것이다. 

프로이트의 텍스트를 읽어보면 우리의 심리가 말의

유사성과 인접성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무의식의 언어논리학이라고 할 정도로 언어 표현에 주목하여 해석한 책이며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는 제목 그대로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를 언어 표현에 주목하여 풀어낸 책이다. 그래서 라캉은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참고) 쥐인간이 쥐인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rat(쥐)>라는 철자가 그의 증상을 대표하는 표현들, 할부금(Ratten), 노름꾼(Spielratte), 결혼하다(heiraten) 등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분석에 의하면 rat(쥐)는 그의 욕망을 보여주는 시니피앙(significant, 기호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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