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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망심리 May 28. 2023

사촌이 논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

마망심리 사례 6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은 ‘땅’을 ‘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사촌이 땅을 샀는데 왜 배가 아플까? 사촌처럼 땅을 사고 싶고, 사촌이 부럽기 때문일 것이다. 사촌은 나와 가까운 사이이면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시기심과 질투심이 유발된다.


그런데 부러움, 시기심, 질투심과 같은 마음의 상태가 왜 배가 아픈 육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그것을 설명해주는 것이 히스테리의 증상인데, 심리적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된 것 히스테리 증상이기 때문이다.


안나 O의 공수병(恐水病)을 예로 들어보자. 그녀는 갑자기 물을 마시지 못하는 공수병에 걸려서 몇일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하고 과일로만 수분을 공급받았다. 프로이트가 그녀에게 자유연상을 사용하여 물과 관련된 것을 물어보았더니 그녀는 자신이 미워하는 간호사의 애견이 자신의 물컵에 입을 대는 것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동시에 그녀는 간호사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했고, 그런 다음 그녀의 공수병 증상이 사라졌다. 안나 O는 자신을 간호해주는 간호사에게 증오심을 표현할 수 없어서 격리(억압)했는데 그것이 간호사의 개로 이동했고, 개가 입을 댄 컵의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된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격리(억압)되는 것은 증오심이라는 정동이 아니라 간호사라는 ‘표상’이다. ‘간호사’라는 ‘표상’에 ‘증오심’이라는 ‘정동’이 붙어 있는데 표상과 정동을 합친 것이 ‘욕동’Trieb이다. 욕동을 구성하고 있는 표상이 격리(억압)되면 거기에 붙어 있던 정동이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 나간 정동은 신경 감응(innervation)에 사용된다. 신경 감응이란 에너지가 신경의 경로를 따라 전달되는 것이다. 신경 감응된 정동은 육체의 특정 부위에서 탈출구를 찾는데 그것이 신체적 호응(somatic compliance)이다. 안나 O의 경우, 정동이 육체를 따라 흐르다가 입에서 탈출구를 찾으면서 물을 거부한 것이다. <히스테리증자는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증상으로 말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도 히스테리의 전환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사촌에 대한 부러움으로 인해 시기, 질투심이 생기지만 친척이기 때문에 축하를 해주어야 하고 시기, 질투심을 억눌러야 한다. 그래서 사촌의 표상이 격리(억압)된다. 이때 사촌이라는 표상에 붙어 있던 시기, 질투심과 같은 정동이라는 에너지가 신경의 경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배에 가서 탈출구를 찾은 것이 복통이다.


그러면 왜 다른 곳이 아닌 ‘배’일까? 신체적 호응이 일어나는 부위는 육체에서 약한 부위일 경우가 많다. 사촌이 산 논은 쌀을 생산하는 곳이고, 쌀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5, 60년대만 해도 배를 채우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 지금은 고도로 발달한 사회이지만 배는 여러모로 아직까지 약한 신체 부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는 히스테리증자처럼,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증상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 격리(억압) : 프로이트가 사용한  ‘ Verdrängung’ 을 억압이라고 번역하지만 사실은 그것의 의미는 ‘따로 떼어 보관하다’는 뜻이므로 ‘격리’ 로 번역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압’ 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 격리’ 로 번역하고 ‘억압’ 을 괄호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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