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전통 음식

퐁첵, 피에로기, 토마토수프(주파 포미도로바)

by 미 지

드디어 시차 적응 클리어.

아침 아홉 시 커피 수혈이 필요해졌다.

광장에 있는 스타벅스의 햇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메모를 끄적이는 아침.

날씨는 하루종일 변덕을 부리게 되어서 비가 내리다 해가 뜨다가 해가 뜬 채로 비가 내리다가 싸라기눈도 내리고 하면서 야단 법석이었다. 그런 날씨를 따라서 나도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며 산책을 했다.


유태인 구역을 찾아가는 길 골목골목에는 성당도 많고 수도원도 많았다.

성 리타 수녀에 대한 헌신예배 안내문이 붙어있는 교회 정원 돌 위에 붉은 장미꽃다발이 올려져 있다. 성리타 수녀를 기리는 헌신예배에는 교회와 성지에 신부의 축복을 받은 장미가 바쳐진다고 한다.

고딕양식과 바로크양식이 공존하고 있는 성당과 수도원 앞을 지날 때 문이 열려있는 곳이라면 보이는 대로 들어가 보았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밥을 해서 먹고 나오긴 했지만 열 시가 넘으면서 배가 고파졌다. 대부분의 식당은 열한 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 구글 맵에서 알려주고 있었다. 돼지기름에 튀겼다는, 사순절 시작 직전에 먹는다는 퐁첵이 보여 두 개를 사서 한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사순절이어도 이런 기름진 퐁첵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제 던킨 도넛은 못 먹겠네... 그런 생각이 들게 되는 중독성 있는 맛의 도넛이었다.


샌드위치 가게 앞에 대학생 몇 사람이 서있었다. 11시 10분. 막 출근을 한 듯한 여성이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열쇠로 잠긴 문을 열고 있었다.

"매니 서비스! 오케이!"

아하!

11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학생들이 늦게 출근한 식당 주인과 농담 같은 딜을 하다가 많은 서비스 약속을 받아내고 있었나보다. 그 예쁜 장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약한 밀가루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나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종아리가 무거워지고 심하게 졸음이 올 때도 있다. 밀밭에만 가도 취한다는 말은 아마 나처럼 밀가루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이 틀림없을 것 같다. 컨디션이 나쁠 때는 심하게 체해서 며칠 아파야 말끔해지는 경우도 있기에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는 컨디션을 많이 신경 써야 해서 여기서도 하루 한끼 정도의 메뉴로만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기로 하고 있었다.


시차 적응이 된 다음에 시도해 보려고 며칠째 미뤄두고 있었던 현지 음식 '피에로기'에 드디어 오늘 도전을 하려고 현지인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폴란드식당을 찾아갔다. 오늘의 수프 반개짜리 메뉴가 있어서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게 되어 고마웠다. 1/2 토마토 수프, 양배추 버섯 피에로 기와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블랙커피는 15 즈워티, 크림을 넣게 되면 500원 정도가 추가된다. 호밀반죽을 발효시켜서 만든다고 하는 수프에서는 수제비반죽보다는 작고 무른 덩어리가 함께 씹혔는데 풀죽같은 그 느낌이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피에로기는 송편 반죽 속에 만두소를 채운 것 같았다. 역시 먹기에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제 점심때 숙소 옆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폴란드스타일의 일식 라멘을 먹을 때 옆 자리에 앉아있던 두 남자의 대화를 의도하지 않게 엿듣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두 남자는 아마도 이곳에서 서로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고 한쪽의 제안으로 먹어보게 된 일본 음식에 대해 매우 신기해하는 대화 내용이었다. 솔직히 그 라멘은 국물이나 고명의 맛은 애초부터 일본 현지의 맛과는 아주 달랐고 면발도 사각거리는 식감으로 영 이질감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그저 오랜만에 만져보게 된 젓가락이 반가웠다.


영국사람들이 세계 곳곳 식민지를 삼으며 다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본국에 맛있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내가 음식 맛에 민감하지 않고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이유 중 하나가 영혼을 담아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음식장인의 엄마를 두지 않은 덕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마 내 아이들도 같은 이유로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음식이나 잘 먹게 될 거라는...말이 안되는 말로 그렇게 음식 솜씨가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덮어버리곤 한다.


폴란드 음식도 앞으로 며칠 더 먹게 되면 아주 깊은 정이 들게 될 것 같다.


비가 좀처럼 그치지 않았으므로 오늘의 산책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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