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쉰들러 박물관에 다녀왔다

by 미 지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알려진 쉰들러 공장 뮤지엄에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올드타운 공원을 지나고 바벨성을 지나며 가는 길에 우물터가 보였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나라인 폴란드의 국교는 천주교. 십자가를 볼 수 있는 건물은 모두 교회와 수도원과 수녀원이다.

5분마다 불을 내뿜는다는 용 동상을 지나서 옆으로 길게 흐르는 비스와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아크로바틱 한 조형물이 매달린 다리도 보이고 유람선 선착장도 보인다.

남쪽에 있는 올드타운에서 반대방향으로 2킬로미터 정도를 걷다가 강을 건너 다시 1킬로미터 정도를 가면 오늘의 목적지 쉰들러 팩토리가 나온다.

아침 아홉 시에 나와서 천천히 걸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열 시가 채 안된 시간이라서 박물관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단체 관람을 온 사람들이 일행이 다 모이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으로 오해한 나는 한참을 서 있다가 뒤늦게 개별관람객 입장표를 끊어서 개별 입장을 했다. 32 즈워티, 만원 정도의 입장료를 냈는데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독립기념관이나 서대문형무소, 휴전선 부근의 전쟁 전시관, 베트남 전쟁 전시관, 캄보디아 제노사이드 전시관, 네덜란드 안네프랑크 전시관 등 몇 군데 전쟁 관련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뮤지엄은 가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아우슈비츠 관람객을 모객 중이라는 안내를 받고 신청을 할지 말지 마음이 흔들리던 중이었다.


쉰들러공장은 광기 어린 학살보다는 '구원'에 초점을 둔 곳이 아닐까 싶은 마음으로 조금은 용기를 내서 오기는 했지만 전시관 두 세션을 지나기 전에 마음이 무너져버렸다.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분할되었던 폴란드가 1918년에 독립했으나 1939년 나치독일의 침공과 이에 대한 소련의 맞대응으로 다시 독일과 소련에 분할 점령되었고 이 전쟁 기간 동안 독일 점령지역에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상징되는 대규모의 유태인 학살이 자행됐다. 독일에게 점령당한 이 도시에서 독일인 사업가이자 냉정한 기회주의자인 오스카 쉰들러는 유태인이 경영하는 그릇 공장을 인수해 인건비 없이 수백 명의 유태인을 일꾼으로 고용해 돈을 벌었다. 그러던 중 나치에 의해 참혹하게 학살되는 유태인들의 실상을 마주하곤 이를 외면할 수 없게 된 그가 모든 재산을 다 털어서 강제 노동 수용소로부터 1100명의 유태인들을 구해냈다는 실화의 현장에도 역시나 당연히 피해 갈 수 없는 전쟁의 상흔이 있었다.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가 없었던 장소였기에 첫 두 세션의 참혹한 장면에 저절로 나와버린 눈물을 닦으면서 나는 '아우슈비츠'전시관에는 가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런 전시관 같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바로 옆 나라가 우크라이나인걸. 머지않아 우크라이나에도 이런 전쟁전시관이 생길 것이고....

돌아오는 길에 트램을 탔다. 정류장에 있는 발권기에서 티켓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시티교통카드 전용기계인 듯 동전 투입구가 없었다. 트램 첫 번째 칸에 동전 발권기가 있으므로 승차해서 20분용 4 즈워티 교통 티켓을 구입해서 출입문 바로 옆에 있는 펀칭기에 티켓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했다. 처음으로 펀칭기를 통과시켰는데 어쩐지 펀칭이 잘 안 된 것 같아서 한 번 더 통과시켰더니 확인메시지가 두 줄로 겹쳐져서 남아버렸다.

잠시 뒤 티켓 확인을 나온 승무원이 내게 티켓이 있느냐 물었다. 내가 보여준 티켓에 두 번 펀칭이 되어있었으므로 한 번 더 보여달라고 해서 나는 그에게 내 티켓을 건네주었다. 티켓에 찍혀 있는 시간을 유심히 확인한 그는 별 말없이 내게 티켓을 돌려주고 다음 칸으로 갔다.

트램에서 내려서 숙소로 돌아오는 어느 골목길을 지날 때 익숙한 '엘리제를 위하여' 차임벨소리가 들려서 걸음을 멈추었다. 두 개의 건물 사이 초록색 바닥에 농구대가 서 있었다. 학교였다. 우리나라의 학교랑 비슷한 형태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반갑고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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