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묵은 낙엽들을 치워내려 청소를 하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저절로 썩어 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버려 두려다가도 그 밑으로 벌레들이 살기 좋은 조건이 될 거 같아서 아직 벌레들이 적을 때 걷어내려고 한다.
서툴게 비질을 하고 낙엽을 치우는 모습을 보고 어르신들이 깨끗해진다며 격려를 해 주고 가신다.
집과 경계인 산의 절개면에서 모래가 흘러내릴 때마다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상처 입은 산의 단면이 아파하는 것만 같아서 배수판을 옆으로 세워두고 상처를 치유시켜보기로 했다. 그동안 흘러내린 모래가 밭에 쌓여서 후글 컬처니 퍼머 컬처니 쿠바식 텃밭이니 하는 것들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꾸밀 수 있을 만큼이나 많다.
앞마당과 뒷마당을 오가며 낙엽을 치우다 작년 가을 철제 계단을 새로 만들고 뜰에 올려 둔 원목계단 밑의 낙엽도 거둬내야겠다 싶어서 계단 밑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흰 빛의 마른 피부에 동그랗게 뜬 눈, 쩍벌린 입, 약간 긴 형체.
아직 뱀이 나올 철은 아닌 데다가 움직임 없어 공격력 제로로 보이는 상태로 그냥 누워있는 저것은... 북어 한 마리...
헐~~~
가난한 시인의 안주가 되어도 좋을 녀석이 왜 내 집 뜰 계단 밑에 와 계신 건지...
비를 피해 오신 것도 아닐 테고... 온전한 모양 그대로 그냥 말똥말똥 누워계신 모양으로..
CCTV를 돌리면 이 북어 손님이 언제 누구와 방문하셔서 자리를 잡았는지 알 수도 있겠지만
처음 잠시 놀란 마음이 얇은 셀로판 막의 두께만큼 빠르게 스쳐가면서 내가 느낀 건 커다란 따뜻함이었다.
비어있는 집. 계단 밑 공간은 산에서 내려온 뱀이나 들짐승 또는 알지 못할 위험스러운 것들이 자리잡기 충분한 공간일 것이다.
누군가 오고 가는 마을 어르신이 당신이 알고 있는 방법대로 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나쁜 기운을 거두어주고 싶으셨을 게 틀림없을 터였다.
주섬주섬
타카와 그물망과 가위와 망치와 말뚝같이 손에 잡히는 몇 가지 물건을 가지고 와서 계단 밑에 자리 잡고 누워계신 북어 손님이 밖으로 나가지 말고, 다른 것들에게도 밀려나지 마시라고 망을 둘러 쳐 주었다. 서툰 작업을 하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봄이 되어 다른 쓸 처가 나타나지 않으면 폐기시키려던 계단이었지만, 누구인지 모를 마을 어르신이 몰래 주신 북어 손님 거처로 한동안 두어보려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