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지내는 동안 많은 것들에 대해 중립 유지 의무, 품위 유지 의무, 비밀 유지 의무 등을 지켜야 했기에 일상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 일이 잦았다.
반 아이들에게 공평무사하게 대해야 했기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납득이 가능한 단어와 억양과 눈빛으로 말하는 것도 몸에
배어버렸으므로 간혹 아들과 딸에게 '엄마, 지금 선생님처럼 말한다'는 놀림을 받을 때도 많았다
병원이나 미용실도 한 곳을 정해 오래 다니는 일도 하지 못했다. 근무지와 직업이 알려지면 어쩐지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제법 있었기에.
(아파트 층간 소음 항의를 받을 때 '선생이라면서...'라는 말을 들을 때 아이들도 나도 적잖이 당황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아래층이 예민해하는 소음은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고 확인을 해 주었어도 선생 집 아이들인 나의 아들 딸은 약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내 손에 종이가방이라도 들고 있는 날이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이웃 사람이 관심 있게 살펴보는 기색을 감추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냥,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고 지낼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간격을 쌓으며 지냈다.
그런 일은 그냥저냥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일들이었으므로.
"그러니까,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기는 하겠는데요 , 거기까지는 어떻게 가는 건가요?"
-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아름다워야 한다니까!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나요?"
- 선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방법으로. 조금의 티끌도 있어서는 안 되는 방법으로!
"수단과 방법은 능통한데, 그 능력으로 가야 할 곳이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어떤 사람이든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게 되어있어. 네가 말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너의 생각이 틀린 거라고 말해야겠네. 진심을 다 해서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면 누구나 다 이해하고 동행하게 되는 거지. 그게 진리야.
"하지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단지 나를 멈추게 하는 것만이 답이라 믿으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건 네가 진심으로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진심으로 그를 위해서 그의 내면까지 다독여주는 말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군.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진심을 다 해 그의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주는 거야, 힘을 내라고!
"어떻게 그의 진심을 다독여줄 수 있나요?"
- 아직도 모르겠나? 선한 방법으로, 진심을 다해서. 사람의 근원은 선하니까.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말고 다가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