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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 지 Mar 26. 2022

 아직도 답을 알지 못한다.

공무원으로 지내는 동안 많은 것들에 대해 중립  유지 의무, 품위 유지 의무, 비밀 유지 의무 등을 지켜야 했기에 일상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 일이 잦았다.


반 아이들에게 공평무사하게 대해야 했기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납득이 가능한  단어와 억양과 눈빛으로 말하는 것도 몸에

 배어버렸으므로 간혹 아들과 딸에게 '엄마, 지금 선생님처럼 말한다'는 놀림을 받을 때도 많았다


병원이나 미용실도 한 곳을 정해 오래 다니는 일도 하지 못했다. 근무지와 직업이 알려지면 어쩐지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제법 있었기에.

(아파트 층간 소음 항의를 받을 때 '선생이라면서...'라는 말을 들을 때 아이들도 나적잖이 당황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아래층이 예민해하는 소음은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고 확인을 해 주었어도 선생 집 아이들인 나의 아들 딸은 약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내 손에 종이가방이라도 들고 있는 날이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이웃 사람이 관심 있게 살펴보는 기색을 감추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냥,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고 지낼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간격을 쌓으며 지냈다.


그런 일은 그냥저냥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일들이었으므로.




"그러니까,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기는 하겠는데요 ,  거기까지는 어떻게  가는 건가요?" 

-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아름다워야 한다니까!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나요?"

- 선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방법으로. 조금의 티끌도 있어서는 안 되는 방법으로!


"수단과 방법은 능통한데, 그 능력으로 가야 할 곳이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어떤 사람이든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게 되어있어. 네가 말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너의 생각이 틀린 거라고 말해야겠네. 진심을 다 해서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면 누구나 다  이해하고 동행하게 되는 거지. 그게 진리야.


"하지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단지 나를 멈추게 하는 것만이 답이라 믿으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건 네가 진심으로 그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야. 진심으로 그 위해서 그의 내면까지 다독여주는 말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군.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진심을 다 해 그의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주는 거야, 힘을 내라고!


"어떻게 그의 진심을 다독여줄 수 있나요?"

- 아직도 모르겠나? 선한 방법으로, 진심을 다해서. 사람의 근원은 선하니까.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말고 다가가는 거지.




이런 자기 검열이 나에게 무던히도 어려운 숙제였다. 

아직도 답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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