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 1. 세상에 널리 통하는 일반적인 풍속. 2. 비전문적이고 대체로 저속하며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 일. (표준 국어사전)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를 애정 하던 때에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라든가 '페시미즘의 미래' 같은 낯선 느낌을 주는 단어가 좋았다.
'인생은 외롭지가 않고 거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에서 '통속'이란 말의 의미를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놓을 수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비전문적이고 저속하다는 표현과,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 일이라는 표현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1963년 9월 27일 자 라이프지를 넘기며 익숙하지 않은 영어문장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포드 자동차, 크라이슬러 닷지, 콜게이트 치약, 파커 만년필, 스카티 화장지, 캠벨 야채 캔, 켈로그 스페셜 케이, 코카콜라 같은 낯익은 회사의 광고들과 낯선 회사의 광고들이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게 한다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페이지에서는 우주 비행사들의 훈련 모습과 귀환 계획, 우주복과 장비들을 여러 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닐 암스트롱, 프랭크 보먼, 찰스 콘래드, 토마스 스태퍼드, 존 영, 그리고 영화 퍼스트 맨을 통해 알게 된 1967년 아폴로 1호의 사망자 에드워드 화이트의 가족사진과 이야기가 실려있다.
내가 이 책에서 오랫동안 보고 있는 페이지는 이 장면이다. 고등학교 졸업사진. 학창 시절의 즐거움과 괴로움, 그리고 단지 그 시간을 지내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던 순간을 한 장 사진에 남기고 있는 젊디 젊은 청년들의 초상.
세월은 쏜살같이 흘렀으니, 서투르지만 빛나던 사람들의 젊은 시절은 이제 추억의 한 페이지로도 남아있기 힘들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