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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 지 Sep 29. 2022

시간강사로 한 달 살기

코로나 대체 강사도 코로나에 걸렸다.

2학기가 시작된 8월 말부터   동안 두 군데 학교 시간 강사를 했다.

마지막 한 주는 코로나 때문에 격리 중인 선생님 대신이었는데 그 선생님은 두 가지 걱정거리를 나에게 전했다.

하나는 당신과 수업을 했던 아이들이 코로나 잠복기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나 역시 아이들과 생활하다 코로나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금요일에 3학년 아이와 서울랜드 현장학습을 가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하게 된 것이라 했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 가게 된 현장학습을 당신 탓에 못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전해졌기에 코로나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것을 청하고 서울랜드 현장학습에 아이와 꼭 동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이들은 이미 코로나에 한 번씩 걸려 본 적이 있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일주일 동안 내 기도는 코로나에 걸리게 되더라도 토요일 이후가 되게 해 달라는 것 한 가지가 되었다.

일찍 퇴근하고 조심스럽게 먹거리를 가려먹고 오래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나는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어서 피곤할 때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체하고 아플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특별히 먹을거리에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금요일 서울랜드 현장학습을 마지막으로 이제 제대로 쉬어보리라 마음을 먹고는 다음날 고즈넉한 카페에 가고 싶다는 딸아이와 먼 길을 달렸다.

 

딸은  이제 막 자립을 시작했으므로 혼자 해 먹는 음식, 취업 준비, 하고 있는 운동과 친구들 만난 이야기를 했고 나는 나이 든 퇴직교사 입장에서 젊은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함께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잔소리처럼 때로 조언 비슷한 것을 해 주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실수'라는 '삶'의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가게 될 텐데 그 시간을 가지치기하듯 잘라버리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려고 애썼다는 말을 할 때 딸아이가 빙긋이 웃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딸을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피곤이 밀려왔다.


휠체어에 앉은 아이를 여러 번 안았다 내렸다 반복하고 오랫동안 걸었기 때문에 몸살이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다음 날부터 사흘째 날까지 제법 아팠다. 엄청난 근육통이었다. 누워도 아팠고 앉아도 아팠고 서 있어도 아팠다.

아파도 마음은 따뜻했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현장학습이 다 취소되어왔었는데 학교에 입학하고 3학년이 되어서야 가게 된 현장체험학습에서 놀 거리 하나 제대로 타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저곳 둘러보며 사람들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아이 모습은 사흘의 근육통을 보람 있는 흔적으로 여기며 보내버릴 수 있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들이  잠깐 집에 들렀다가 서울랜드에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는 혹시 모르니 검사를 해 보라며 코로나 자가검진키트와 죽과 음료수를 한 아름 사 왔다. 자기가 보는 데서 검사를 해 보라 했고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열도 기침도 없으니 당연한 거라고 난 자신을 했다.


사흘째 날 제법 상태가 괜찮아져서 점심을 해 달라는 딸아이를 집으로 오라 하고 음식 준비를 하다가 아들 전화를 받았다. 아들은  한 번 더 검사를 해 보라고 했고 나는 다시 검사 키트를 열어서 검진을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빨간 줄 두 개를 그려가면서 자가검진테스터가 결과를 보여주었다. 아, 이게 그거구나. 코로나 양성....


딸아이에게 오지 말라고 연락을 하고 병원으로 가서 안내받은대로 병원 밖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다. 나는 두 번째 순서로 검사를 받았는데 두 사람의 검체를 가지고 병원에 들어갔던 의사가 30초도 안되어 내게 돌아와서는 양성이 맞다고 결과를 말해주었다. 나보다 먼저 검사를 진행한 앞의 사람에게는 조금 기다려달라고 말하며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 이렇게나 신속하게 반응을 보여주는 바이러스가 어제 자가검진 때는 왜 안 나타났나 궁금해졌다.


스프레이 소독제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 버튼과 문 손잡이에, 가방과 지갑에, 신분증과 신용카드에 뿌려가면서 검진을 마치고 약을 받아왔다.


아마도 어제가 제일 아픈 날이었을 것 같지만 착실하게 약 먹고 잘 자고 잘 먹고 그러면서 일주일을 지내보려고 마음먹으며 남편에게는 내일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 하고 작은 방 문에 결계를 치듯 스프레이 소독제를 뿌렸다. 쿠팡 로켓 배송과 병원을 이용하기에는 이곳이 훨씬 수월하기에 안말로 가려던 생각은 접어두어 본다.

길냥이들 밥그릇이 여러 날 비워지는 일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마을 곳곳에 그 아이들 먹을 것 덜어 주는 분들이 많으니 가끔 먹는 간식 한 끼니 정도는 여러 날 거른대도 잘 지내겠지.


작은  격리중에도 식욕이 이상하게 좋아진 내가 주방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으니 남편도 곧 이 코로나를 받게 될 것이어서 선제 위로를 해 주고 있다.

"진짜 센 독감보다 딱 한 포인트 덜 아프다. 생각보다 덜 아프고 생각보다 빨리 낫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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