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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Aug 17.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65. 옥탑방 블루스

힙합 탄생 50번째 생일날 힙합하러 옥탑방에 가다

지난 8월 11일은 힙합이 탄생한 지 50번째 되는 날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힙합의 50번째 돌을 축하하는 성대한 파티를 각 나라 스타일대로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세계의 대대적인 홍보를 업고 부산 센텀 시티에서 행사가 진행되었고 많은 래퍼들이 축하공연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힙합팬인 우리 크루들도 우연의 일치로(?) 모여 음악작업을 하며 힙합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우리 크루는 총 3명으로 각자 래퍼와 프로듀서를 겸하질문과 피드백이 자유롭게 오가는 힙합팬들이며 아울러 초등학교 선생님들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교육 현장에 제공할 선한 영향력에 관해 고민하다가 '몽당분필'이란 모임에서 만났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육아, 업무 등의 기로에서 고민하다 지금은 아쉽게도 '몽당분필' 활동을 접었지만 창작의 고통을 포기할  없는 우리 세 사람은 지금도 꾸준히 시키지도 않은 짓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은 그동안 녹음했던 곡들을 들어보며 믹싱과 마스터링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곡의 순도와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인 동시에 고도의 스트레스를 요구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실은 곡을 녹음하고 배열하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독보를 전혀 못해도 코드와 가상악기의 구성까지도 모두 컴퓨터로 작업이 가능하기에 초보적인 곡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도저히 믹싱&마스터링은 할 수만 있으면 그냥 누구 맡기고 싶을 정도로 끊임없는 반복 작업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그걸 해내려고 지난 며칠간 육아를 도맡아서 마일리지를 잘 쌓았기에(?) 끝까지 붙잡고 있어 보려고 했다.

그렇게 2시간 여를 곡 하나의 하울링과 딜레이에 문제가 생겨 씨름하다 과부하가 걸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때마침 호스트를 보던 동생이 옥탑방에 좋은 버스킹 마당이 있다며 소개해줬다. 날씨도 기분도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관계로 바로 장비를 세팅하고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즉석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디제이를 맡은 나는 곡의 bpm을 체크해서 간단히 믹스 셋을 구성한 뒤 15분간 플레이를 하며 함께 공연 분위기를 돋우는데 일조했다.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소나기가 내렸고 우리는 그렇게 다시 믹싱 작업의 늪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밤 10시쯤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서로 오케이 사인이 나왔고 그렇게 우리의 총 8개의 트랙은 어느 정도의 골조를 갖춘 채 마지막 최종 발매 작업만 남겨놓은 상태가 되었다. 정규라고 하기엔 다소 트랙수가 모자라고 EP라고 하기엔 가짓수가 많아 아까운 상황이라 좀 더 회의를 해서 진행하기로 하고 오늘을 마무리했다. 아직 싱글인 두 친구는 회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회포를 풀기로 했고 두 아이의 아빠는 그 길로 바로 1시간 반을 달려 집으로 귀가했다.


놀랍게도 오늘의 오프라인 모임은 6개월 만에 진행된 모임이었다. 그 말은 곧 그동안의 우리 음반 작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으며 세상이 좋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자의 일상을 열심히 소화한 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다시 만날 그날까지. 난 오늘도 열심히 쓰고 사색하고 육아하며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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