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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Aug 16.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64. 재능기부

솔직히 달콤 3반 정말 어벤저스인 듯

작년 우리 첫째 아들의 어린이집 이름은 '달콤 3반'이었다. 우리 아들을 포함해서 총 5명의 원아가 달콤 3반을 같이 다녔는데 엄마들의 아이들을 향한 헌신과 교육열의 궤가 맞아 지금까지도 끈끈한 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의 한 친구 어머니께서 미술학원을 운영하시는데 달콤 3반 친구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해주시겠다 해서 부리나케 달려갔다.

미술학원은 집 앞 5분 거리의 4층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두 섹션으로 나뉜 것이 특징이었다. 한쪽은 그리기를, 다른 한쪽은 꾸미기와 만들기를 할 수 있게 구분지은 것이었다. 태어나서 미술학원을 처음 방문한 나로서는 실로 신기한 경험이긴 했다. 미술에 흥미가 없었고 스스로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미술학원 방문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우리 아들, 딸 아니었으면 쳐다도 안 봤을 곳인데 새삼 자식들 덕을 톡톡히 보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온 가족이 모두 모였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원장 선생님의 질문에 척척 대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짜 학생들처럼 의젓하고 대견했다. 사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녀오는 것만 생각했지, 그 안에서 어떤 태도로 수업에 임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나대로 그 시간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확신에 찬 눈빛으로 선생님의 질문에 크게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대견했다.

둘째도 마냥 어린 아가가 더 이상 아니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신 주어진 재료를 탐구하고 오감을 끌어모아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생크림을 케이크에 바를 때는 자신의 특기인 발달된 소근육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자기보다 1,2살 많은 오빠, 언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력을 뽐낸 둘째의 모습도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완성된 케이크를 전부 모아 사진을 찍는 시간. 각자의 개성이 가감 없이 묻어 나오는 순간이다. 열심히 케이크를 만든 건 좋았지만 사진을 찍기는 싫은 친구, 마지막 생크림 꾸미기를 엄마한테 뺏겨 너무 슬픈 나머지 통곡하는 친구 등 저마다 각자의 사정이 너무나 구구절절하다. 그리하여 5명이 모두 자기가 만든 케이크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정형화된 마무리는 실현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하며 수업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원장선생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1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있었지만 한 번도 재능기부를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가진 장점은 남들이 가진 그것과 비교할 때 그다지 특출 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나도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전에 우선 오늘 특강을 듣느라 지친 우리 아기들을 재우는 게 먼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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