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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Aug 24.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72. 쿠키 만들기

미적 감각이 부족해 슬픈 엄마 아빠 이야기

이번 여름은 조용히 넘어가나 했다. 환절기만 되면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아가들이 감기에 걸리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집을 가는 것은 고사하고 집에서만이라도 컨디션 회복을 하면 다행이다. 그럼 집에 있는 동안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마냥 유튜브로 동요나 만화를 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니 집에 있는 동안 나름 교육적인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오늘 시도해 본 것은 바로 '쿠키 만들기'이다. 총 6개의 알록달록한 클레이 형태로 제작되어 있어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호기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동봉되어 있는 설명대로 차근차근 만들다 보면 손쉽게 동물 모양 쿠키를 만들 수 있어 좋았다.

컨디션이 다소 좋지 않던 둘째는 자느라 쿠키 만들기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 첫째가 둘째 쿠키까지 같이 만들어 주는 것으로 하고 우리 셋이 쿠키를 함께 만들었다. 평소에 손에 끈적한 것이 묻는 것을 싫어하는 아들이 웬일로 별 거부감 없이 쿠키 반죽을 열심히 만지작 거린다. 사자, 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을 여러 가지 색깔을 활용해서 창의적으로 만들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엄마, 아빠도 나름 설명서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비슷하게 만들려고 애를 써보았는데 오히려 첫째가 우리 부부보다 더 정확하고 분명한 형태로 쿠키를 만들어냈다.   

학교 다닐 때 미술 수업을 좀 더 열심히 참여할 걸 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일찍이 그리기나 만들기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고 담을 쌓고 살던 터라 첫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쉬웠다. 아들이 좋아하는 상어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똥손에 가까운 실력은 내 마음을 쉽사리 대변해주지 못했다. 열심히 공룡과 강아지, 곰 모양의 쿠키를 만드는 아들의 실력에 연신 감탄사를 말하다 보니 어느새 쿠키 반죽이 모두 사라졌다. 자 이제 오븐에 한번 구워 볼까.


오븐에 140도로 놓고 15분 정도 구우면 예쁜 쿠키가 만들어진다고 해놓고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그 순간, 방에서 곤히 자고 있던 둘째가 일어나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얼른 들어가서 둘째를 케어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혹시라도 더 잠을 자는 것은 아닐지 품에 안고 지켜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쿠키를 만들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잔해들이 둘째의 레이더에 포착되었고 이윽고 둘째는 엄청난 호기심을 갖고 그것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 잤네 다 잤어. 그 사이 배변활동이 필요했던 첫째는 엄마를 따라 화장실에 가서 배변을 하고 뒷마무리를 하고 있던 찰나였다. 

"여보, 우리 쿠키 15분 다 지나지 않았나?" 

"아이고. 맞다. 확인해 봐야지"

아뿔싸. 15분이 지나면 곧바로 오븐에서 꺼냈어야 할 쿠키가 잔열로 인해 조금 거무튀튀해진 채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다행히 새까맣게 몽땅 타버려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운 순간이었다. 잘 봤어야 하는데 깜빡해버렸네.

다행히도 설명서에 그려져 있는 쿠키와는 모습이 사뭇 다른(달라도 좀 많이 다른) 쿠키를 우리 아가들은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렇게 먹성이 좋은 둘째도 처음에 어리둥절해하는 걸 보면 '이게 먹는 건가...?'라는 고민을 좀 했던 것 같다. 첫째에게도 아기상어 쿠키라고 만들어주면서 연신 세뇌교육을 했던 덕분에 첫째는 고맙게도 "아빠가 만들어준 아기 상어 쿠키 맛있다"라고 말해주었다. 아빠가 만들면서도 '이건 아기 상어가 아니라 그냥 심해어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도 말이다. 다음에 만들 때는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어줘야겠다.


우리 다음에 더 예쁘고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푹 쉬고 감기도 얼른 나으렴 우리 아가들아.
(여보 며칠만 고생해 줘. 최대한 빨리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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