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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Aug 26.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74. 아기상어 배스킨라빈스

지난 주말, 친한 학교 후배 결혼식이 코엑스 근처 한 예식장에서 있었다. 식이 12시 30분이었는데 육아대디이다 보니 사진은 고사하고 뷔페에서 아가들 점심 먹이는데 집중하였다. 그렇다 보니 결혼식 도중에 식사를 마무리하고 식이 마무리되면 식장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오늘도 그렇게 결혼식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남은 휴일을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21년도에 아들하고만 다녀왔던 '아기상어 배스킨라빈스'

를 방문하기로 하고 내비게이션에 행선지를 입력했다.

 "배스킨라빈스 석촌호수점"

해당 영업점은 주차장이 따로 없어 근처까지 차를 가지고 가면 발레 요원들이 주차를 도와준다. 그렇게 발레 비용을 후불로 청구하겠노라고 약속한 뒤 밖에서 슬쩍 분위기를 보니 온통 가족손님들로 매장 내가 시끌벅적하다. 2년 전에는 주말 오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고요하고 약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곳이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우리 가족을 맞이해 준 아기상어 덕분에 우리 아가들은 그야말로 파안대소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기상어 앞에 가서 인사를 하고 빨리 사진 찍어달라고 기념 포즈를 취한다. 그 와중에 둘째는 어디서 찾았는지 아기상어 굿즈까지 손에 안고 등장했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지 않으면 우리 아가들이 무슨 행동을 취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먹은 순간이었다.

사실 해당 영업점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놀이시설'이다. 점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상품은 다른 영업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그저 3~4개 정도 음료와 아이스크림 상품이 스페셜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이 놀이시설은 적어도 수도권 일대의 배스킨라빈스 매장 중 이곳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가들은 색색의 끈과 그물로 구성된 조형물에 큰 관심을 보였고 당연하다는 듯이 입구에 가서 신발을 우선 벗기 시작했다. 키 116cm 이하 / 보호자 1인 의무 동반/ 양말 착용 필수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신나게 놀기 위해 놀이터로 입장했다.

천장 끝까지 형형색색으로 알록달록하게 구성된 그물 나무 사이사이로 조그마한 터널과 구멍들이 존재한다. 아가들은 이곳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마치 미로탈출을 하듯 재미있게 놀았다. 특히 6~7살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자기 키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구멍도 들어갔다가 나오는 등 협동성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장면도 연출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20분도 전에 나온 아이스커피와 아이스크림은 뒷전이 된 지 오래. 아가들에게 먼저 먹을 것부터 먹고 다시 놀자고 제안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 "Nope"

그렇게 20여분을 더 놀고 나서야 비로소 아가들은 자기들이 주문한 초코, 딸기, 바닐라 맛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나와 와이프도 막간을 이용해 커피를 마시면서 남은 일정을 도모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렇게 2라운드를 시작하려는 순간 아뿔싸. 첫째가 너무 많이 먹었는지 배변활동을 벽 한쪽에서 하기를 원했고 우리는 좋은 스폿(?)을 선점하여 아들에게 제공하였다. 그렇게 기저귀를 갈고 물을 마시고 하다 보니 아가들이 눈을 비비면서 졸려하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바로 발렛 요원께 차를 픽업하겠다는 연락을 하고 입구에 있는 아기상어와 작별인사를 하기로 했다.


그때 마침 첫째가

"아빠, 엉덩이로 춤추는 거 아기상어 보여줘 봐."

"여기 사람들도 많은데 집에 가서 제대로 보여주면 안 될까?"

"아니야, 빨리 여기서 엉덩이로 춤추는 거 해봐."

그렇게 나는 아기상어에게 엉덩이 댄스를 보여주며 작별인사를 했다.

서로가 서로를 민망해하지 않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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