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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Aug 29.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77. 파주 나들이

기차고 회전목마고 이젠 즐길 나이가 다 되었구나

파주를 네 식구가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가 태어나기 훨씬 오래 전에 그것도 첫째가 앉음마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다. 그때 첫째 옷 사러 아울렛을 방문했던게 전부였는데 코로나가 한창일 시기라 회전목마나 기차는 고사하고 사람도 거의 없어서 쓸쓸하고 음산한 느낌마저 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아울렛은 다양한 단위의 손님들로 인해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차장에서 내려와 아울렛 1층으로 이동하니 우리 가족을 떡 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회전목마였다. 아들과 딸이 목이 마르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회전목마 타는 순서를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아들에게 어떤 색깔의 목마를 타겠느냐 물었더니 자기는 말을 탈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럼 마차 종류를 타고 싶냐고 했더니 핑크색 마차를 꼭 타야겠다고 한다. 이런게 바로 '왕의 DNA'인가 라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그래서 성은이 망극하게도(?) 아들을 보필하며 함께 마차에 탑승했다.

아들은 아빠의 호위를 받으며 마차를 신나게 즐겼다. 그 사이 와이프와 딸이 우리 부자의 모습을 구경하러 회전목마로 왔다. 딸은 회전목마를 타는 것보다 아이스크림을 혼자 독차지 하는 순간이 더 좋았는 모양이다. 보통같으면 자기도 회전목마를 타겠다고 떼를 쓸 법도 한데 이번엔 그저 평온한게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회전목마를 재미있 타고 다른 곳도 구경할 겸 장소를 이동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아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아닌 '기관차' 였다.

기관차는 총 4량으로 구성된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형형색색으로 꾸며져 있어 우리 아가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들 뿐만 아니라 따님도 나름 공주병이 있기에 두 분 다 같은 칸에 모시고 태우기로 했다. 그렇게 약 5분간 아웃렛을 한 바퀴 도는 기차 속에서 아가들은 함박웃음 꽃을 피우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액티비티를 즐긴 후,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맛고을'이라고 하여 프로방스마을 안에 음식점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그리로 이동했다. 창 밖에서 빠르게 메뉴를 스캔한 후 아가들이 좋아하는 불고기를 먹기로 하고 곧바로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오늘도 우리 아가들은 최연소 손님이었고 주변 어르신들의 환대를 받으며 입장했다. 러고 보니 소불고기 전골은 우리 아가들이랑 처음 먹어보는거네.

우려와는 달리 아가들은 세팅되어 나오는 밑반찬부터 기세좋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들은 어묵 반찬을 한참 먹더니 '메리 크리스마스' 라며 산타 할아버지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둘째도 어묵 반찬을 연신 자기 콧잔등에 부비적거리며 오빠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친김에 전골에 딸려 나온 당면도 갖고 노는지 궁금해서 찬물에 씻어 건네줬다. 둘 다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당면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는 모습이 이제는 영락없는 개구쟁이들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밖에 나오니 그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근교라서 그런지 집 근처와는 사뭇 다른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돌아오는 길에 아가들은 열심히 어린이집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고 율동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냥 나들이 가고 저녁 사 먹고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는 구나. 앞으로 더욱 더 재미있는 경험들을 같이 해보자꾸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일찍 잘 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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