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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Sep 07.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85. 층간소음 방지

에티켓을 잘 지키는 이웃되기 프로젝트

퇴근하고 돌아오는 데 현관문 앞에 거대한 박스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엊그제 아랫집에 거주하시는 분께서 층간소음 문제로 본인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그동안 나름 슬리퍼도 신고 다니고 침대나 소파에서만 아이들을 뛰게 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을 담아 거실만이라도 꼼꼼하게 층간소음 방지매트를 깔기로 했는데 이렇게 빨리 배송이 와 있을 줄은 몰랐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매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매트를 깔기 전에 우선 TV장 밑과 소파 밑에 있는 쓰레기나 먼지 등을 제거하기로 했다. TV장 같은 경우에는 노출이 잘 되는 편이라 바로바로 쓰레기를 치워서 그런지 깨끗한 편이었다. 런데  오 마이갓. 소파 밑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였다. 언제 먹었는지 모를 비타민이며, 후루트링, 식빵 부스러기들이 빼꼼 고개를 들고 있었고 머리카락을 비롯한 각종 털뭉치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소파 밑에 자리하고 있었다. 물티슈와 철수세미, 세정제 등을 가지고 와서 깨끗하게 원상 복귀한 후 매트를 깔 수 있었다.

매트를 깔면서 혹시라도 매트를 뚫고 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이 없나 살펴보았다. 그러다 창가에 늘 지정주차되어 있는 아가들의 '미니 쿠페' 들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와 둘째의 애마이자 걸음마하기 전부터 가지고 놀았던 추억의 깃든 장난감이라 임의판단으로 처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가들이 하원하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아가들아, 우리 이 자동차들 이제 다른 곳으로 보내줄 건데 괜찮니?"

"어디로? 뽀로로 파크 있는 곳으로?"

첫째가 내심 아쉬운지 몸을 배배 꼬면서 물어본다.

"아니, 이제 이 자동차들은 집에서 타면 밑에 집 아저씨 귀가 너무 아야 해서 못 탈 거 같아서. 이제 밖에서만 타는 것은 밖에서 타고 집 안에서 다른 것들 가지고 놀자."

"그래, 그럼 자동차야 고마워 잘 가하고 인사하고 올까?"

그렇게 아들이 한 대, 내가 한 대씩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분리수거장으로 차를 가지고 이동했다. 그리고 단지 내 편의점에 가서 폐기물 스티커를 산 뒤 하나씩 차에 붙여주었다. 첫째에게는 앞으로 아들에게 더 어울리는 장난감을 마음껏 사주겠노라고 약속하고 자동차들과 아쉬운 작별의 순간을 맞이했다. 이상하게도 다른 장난감들을 처리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나도 모르는 아쉬움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순간이었다. 토이스토리가 이래서 흥행했던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스쳐 지나가면서 말이다. 


그렇게 층간소음에 대한 마무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피해 주지 않는 의무, 피해받지 않을 권리'를 나름 좌우명으로 새기는 사람으로서 개과천선하는 기분이 들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보복과 협박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는데 밑에 집주인분은 정말 인내심이 강하고 마음씨 좋은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윗집 내외 분들도 참 신사적이네. 층간소음 문제를 전혀 일으키시지 않음에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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