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 오전, 분명 어제 자기 전에 아가들이 놀고 놔둔 장난감을 정리했는데 눈 뜨자마자 다시 리셋이다. 날이 덥다 보니 빨랫감도, 건조해서 개어두어야 할 수건과 옷가지들도 매일 한 짐이다. 오늘은 어린이집을 안 가니까 아침을 해서 먹여야 하는데 8월 중순부터 요태기가 세게 와서 우선 과일과 우유, 빵으로 허기를 달래 본다. 그렇게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여는 순간, 사건 현장이라도 된 듯 문짝에 수도 없이 많이 찍혀 있는 지문들이 거슬린다.
차라리 아예 눈에 안 보였으면 상관이 없는데, 한 번 눈에 들어온 이상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아이들의 흔적들이 몹시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우선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있을 동안 치울 곳을 2,3군데 정해두고 잽싸게 청소를 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정한 곳은 부엌 옆 발코니, 안방, 화장실이다. 부엌 옆 발코니는 분리수거 통도 함께 자리 잡고 있어 기왕 하는 김에 분리수거도 같이 하기로 한다. 그렇게 주방세정제와 물티슈, 행주를 들고 청소를 시작한다. 세탁기 위 선반 주변을 지난봄에 닦고 안 닦았더니 먼지가 자욱하다. 마치 내 요즘 정신상태와 비슷한 듯하다.
그렇게 얼추 발코니의 묵은 때를 정리하고 화장실에 미리 화장실 전용 세정제를 도포한다. 줄눈 사이사이에 배어있는 때가 세정제와 미리 조우하여 잘 씻겨 내려가게 하기 위함이다. 그 사이 안방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이 놀고 난 장난감을 치우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머릿속으로 퇴임한 장성이 '성공하고 싶다면 매일 아침 이부자리를 정리하세요'라고 뱉은 멘트와 미 과학자들이 발표한 '이부자리 정리 안 할수록 집먼지진드기 출현 줄어들어'라는 타이틀이 머릿속에서 춤을 춘다. 그래도 천성이 너저분한 것을 잘 못 보는 타입이라 애국심(?)을 발휘하여 안방 청소를 마무리한다.
때마침 와이프가 잠깐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을 나갔다 온다고 한다. 호재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곧바로 거실을 청소기로 밀고 청소포 한번 문지를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다. 청소한 김에 땀도 흘렸으니 샤워와 화장실 청소를 동시에 실시한다. 헬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스킬인데 실생활에서 꽤 유용하다. 너도나도 모두 상쾌한 샤워 타임을 마치고 거실을 차지하는 많은 잔해물(?)들을 정리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물론 입주청소 직후처럼 집에 윤이 나고 먼지 한 톨 없는 집안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려면 군대에서 위생검열 준비하듯 매일 쓸고 닦고 해야 하는 데 그럴 여유가 없다. 문득 우리를 키우면서 늘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했던 우리 부모님이 생각난다. 종종 놀러 가는 처가댁도 정말 깔끔하고 물건 하나하나 모두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다. 모두 자식 둘, 셋씩 키우셨던 저력이 이런 곳에서 발휘되나 보다.
'와, 정말 이런 걸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하는 거지, 엄마 아빠 리스펙트'
앞으로 더 부지런히 노력해서 육아 레벨도, 청소 레벨도 높여야지. 하... 근데 저 TV 브라운관 손자국도 거슬리네... 어쩌지... 쉬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