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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Sep 06.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84. 끝이 없는 집안일

우리 엄마는 어떻게 집안을 늘 깨끗하게 해 놨지?

일주일을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 오전, 분명 어제 자기 전에 아가들이 놀고 놔둔 장난감을 정리했는데 눈 뜨자마자 다시 리셋이다. 날이 덥다 보니 빨랫감도, 건조해서 개어두어야 할 수건과 옷가지들도 매일 한 짐이다. 오늘은 어린이집을 안 가니까 아침을 해서 먹여야 하는데 8월 중순부터 요태기가 세게 와서 우선 과일과 우유, 빵으로 허기를 달래 본다. 그렇게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여는 순간, 사건 현장이라도 된 듯 문짝에 수도 없이 많이 찍혀 있는 지문들이 거슬린다.

차라리 아예 눈에 안 보였으면 상관이 없는데, 한 번 눈에 들어온 이상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아이들의 흔적들이 몹시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우선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있을 동안 치울 곳을 2,3군데 정해두고 잽싸게 청소를 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정한 곳은 부엌 옆 발코니, 안방, 화장실이다. 부엌 옆 발코니는 분리수거 통도 함께 자리 잡고 있어 기왕 하는 김에 분리수거도 같이 하기로 한다. 그렇게 주방세정제와 물티슈, 행주를 들고 청소를 시작한다. 세탁기 위 선반 주변을 지난봄에 닦고 안 닦았더니 먼지가 자욱하다. 마치 내 요즘 정신상태와 비슷한 듯하다.

그렇게 얼추 발코니의 묵은 때를 정리하고 화장실에 미리 화장실 전용 세정제를 도포한다. 줄눈 사이사이에 배어있는 때가 세정제와 미리 조우하여 잘 씻겨 내려가게 하기 위함이다. 그 사이 안방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이 놀고 난 장난감을 치우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머릿속으로 퇴임한 장성이 '성공하고 싶다면 매일 아침 이부자리를 정리하세요'라고 뱉은 멘트와 미 과학자들이 발표한 '이부자리 정리 안 할수록 집먼지진드기 출현 줄어들어'라는 타이틀이 머릿속에서 춤을 춘다. 그래도 천성이 너저분한 것을 잘 못 보는 타입이라 애국심(?)을 발휘하여 안방 청소를 마무리한다.

때마침 와이프가 잠깐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을 나갔다 온다고 한다. 호재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곧바로 거실을 청소기로 밀고 청소포 한번 문지를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다. 청소한 김에 땀도 흘렸으니 샤워와 화장실 청소를 동시에 실시한다. 헬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스킬인데 실생활에서 꽤 유용하다. 너도나도 모두 상쾌한 샤워 타임을 마치고 거실을 차지하는 많은 잔해(?)들을 정리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물론 입주청소 직후처럼 집에 윤이 나고 먼지 한 톨 없는 집안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려면 군대에서 위생검열 준비하듯 매일 쓸고 닦고 해야 하는 데 그럴 여유가 없다. 문득 우리를 키우면서 늘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했던 우리 부모님이 생각난다. 종종 놀러 가는 처가댁도 정말 깔끔하고 물건 하나하나 모두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다. 모두 자식 둘, 셋씩 키우셨던 저력이 런 곳에서 발휘되나 보다.


'와, 정말 이런 걸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하는 거지, 엄마 아빠 리스펙트'


앞으로 더 부지런히 노력해서 육아 레벨도, 청소 레벨도 높여야지. 하... 근데 저 TV 브라운관 손자국도 거슬리네... 어쩌지... 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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