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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Sep 05.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83. 새로운 시작

오늘부터 아침 등원은 아빠랑 함께

9월 1일 자로 와이프가 2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복직 며칠 전부터 2년 간의 공백기에 대한 걱정을 하더니 출근 당일 새벽까지 교육자료를 만들다 출근을 했다. 맡은 업무도 교과교사가 아닌 3학년 담임이라 부담이 더욱 컸을 터. 게다가 기존에 근무하던 학교가 아닌 새로운 학교에서의 첫날이기에 마주 하는 모든 것이 낯선 것에 대한 에너지 소모도 상당할 것이다. 그렇게 와이프가 분주하게 복직 준비를 하는 와중에 나는 나대로 사부작사부작 새로운 시작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아들, 딸 어린이집 등원이다.

8시 4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교사가 어떻게 8시 반에 아이들을 등원시킬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올 2월 신학기 시간표 작성할 때로 돌아가면 알 수 있다. 6개월 뒤 오늘을 위해 비담임교사로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든 1교시를 공강으로 비워두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에겐 9시 40분까지의 여유 시간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2학기부터는 매일 2시간씩 활용할 수 있는 육아시간을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씩 끊어서 사용할 계획이었고 첫날부터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금요일 아침은 어린이집에서 죽이 나오니까 빵이나 과일 등의 간편식으로 대체해도 되겠구나, 금요일은 체육 수업이 있으니까 아들, 딸 둘 다 하의는 9부 이상으로 입혀서 보내야지. 혹시라도 땀이 많이 나거나 점심 먹다 더러워질 수도 있으니까 여벌옷도 1세트씩 보내야지. 둘째 가재수건이 금요일이면 모자랄 수도 있으니까 여벌로 하나 더 보내야지. 첫째, 둘째 뽀득 서비스를 하고는 있지만 물병, 식기도구는 보충으로 한 세트 가방에 넣어놔야지.

그렇게 미리 전날 모든 물병과 식기도구, 젖병을 열탕 소독 마치고 한쪽에 건조를 시켜두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물을 바로 챙겨서 보낼 수 있게 종류별로 한 곳에 카테고라이징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상 어떤 계획도 육아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계획을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늘 플랜 B, C를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등원 후 나도 학교에 늦지 않게 출근하려면 가능한 한 모든 과정이 최적화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잠들기 직전까지 이미지트레이닝을 꾸준하게 마친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와이프는 7시 반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때마침 첫째가 깨 있었기 때문에 엄마 배웅을 하고 첫째부터 먼저 등원 준비를 하기로 했다. 어제 미리 준비해 둔 과일과 빵을 먹기 좋게 잘라서 준다. 그때 마침 둘째가 일어났다. 둘째 기저귀를 갈아주고 바로 아침거리를 준다. 먹성 좋은 아이들이지만 오늘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이다. 8시까지 식사를 얼렁뚱땅 마치고 아이들을 돌아가며 씻긴다. 그리고 미리 전날 준비해 둔 ootd에 따라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긴다.

아이들이 엄마랑 등원할 때는 아파트 주변 여러 곳을 충분히 산책하며 등원 전 빌드업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아빠는 오늘은 그렬 여유가 없으니 "너희가 하고 싶은 모든 행동은 하원 후 아빠가 꼭 같이 해주마"라고 얘기하고 곧바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미리 잘 이야기해 둔 덕분에 두 아이는 불평 하나 없이 아빠 손을 꼭 잡고 등원을 무사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등원을 마치고 와이프에게 연락해 짧게 등원 브리핑을 진행했다. 와이프는 원래 이렇게 출근길에 차가 많았냐며 1 시간 넘게 걸릴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나도 매일 12km밖에 안 되는 출근길이 50분씩 걸린다고, 퇴근할 때는 더 막힐 수 있다고 위로아닌 위로를 해 줬다.


"여보, 그럼 이제 앞으로 하원도 여보가 해줄 수 있어?"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백번 천 번도 만날 할 수 있으니 복직한 곳에서 적응하는 데에만 매진하십시오. 2학기는 유난히 좀 더 빨리 지나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이 강데.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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