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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Sep 19.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97. 타요 키즈카페

지점마다 키즈카페 상태가 다른 건 처음 알았네

지난여름부터 두 아이의 관심사가 아기상어에서 다른 캐릭터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첫째 아들이 부쩍 자동차와 버스 등의 탈 것에 관심을 가지더니 급기야는 '타요' 버스 캐릭터들의 이름을 열심히 외우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타요, 가니, 록이 등의 기본 캐릭터뿐만 아니라 앨리스, 포코 등 조연급 친구들의 이름도 줄줄이 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럼 이번 기회에 타요 키즈카페를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관심이 아예 없으면 모르겠지만 이름을 외울 정도로 좋아한다면 가볼 만하겠는데?'

그런 의미에서 집 근처의 타요 키즈카페를 검색했고 때마침 남양주를 방문할 일이 있었던 터라 겸사겸사 남양주에 있는 타요 키즈카페를 방문했다. 남양주에 있는 타요 키즈카페는 특이하게도 마트 건물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규모가 큰 점포 내에 위치한 것이 아닌 에스컬레이터 옆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마주할 수 있는 공간에 있는 것 또한 특이점이었다. 

키즈카페를 자주 다니다 보니 수유실, 화장실, 매점 또는 식당, 편백존, 라이딩존, 역할놀이존 등에 대한 기본적인 구성이 어느 정도 머리에 탑재되어 있다. 그렇게 한 바퀴 쓰윽 둘러보니 구역별로 영유아 아이들이 즐길만한 놀잇감이 풍부한 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카페 중심부에 크게 자리 잡은 트레이싱(길 찾기) 역할놀이 공간은 아들의 호기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아들은 캐릭터별로 손에 쥐고 영혼을 불어넣어 버스들과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고 나는 그 옆에서 다른 캐릭터들을 모사하며 열심히 아들의 놀이에 맞장구를 쳐 줄 수 있었다. 탈 것을 테마로 하다 보니 정해진 시간마다 타요 캐릭터 모습을 한 자동차를 운전 코스가 있어 자기 주도적으로 아이들이 탈것을 운전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열심히 놀고 잠시 갖게 된 간식 타임에서 와이프가 넌지시 이렇게 말한다.

"여보, 여기 직원들 좀 태도가 많이 달라.
업무시간인데 자기들끼리 네일 해주고 그러는데?"

뭐 사실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면 어느 정도 그런 취미활동 공유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주말 피크 타임인 데다 엄연한 업무시간인데 그런 모습을 손님들에게 고스란히 노출하는 행위는 보는 이에게 유쾌한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시국이 불편한 모습을 결코 가만 두고 보지 못하는 불편한 세상이지 않나. 그러고 보니 손님들을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맞이하는 사람들은 다 젊은 사람들이네. 분위기 묘하네 여기. 그렇게 한번 이미지가 좋지 않게 가슴속에 남아 있다 보니 그 이후의 시간은 점점 키즈카페의 안 좋은 점만 보이기 시작했다. 트램펄린 연결부의 용수철이 너무 심하게 노출되어 있어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개점 이후 한 번도 닦지 않은 듯한 볼풀, 플라스틱 터널 내부 등이 계속 신경 쓰였다. 


'이럴 거면 그냥 우리 집 10분 거리에 있는 타요 카페를 가 볼 걸. 거기도 여기랑 비슷한 느낌이면 타요 키즈카페는 거르는 게 낫겠는데.'


그리고 몇 주 뒤, 집 근처에 있는 타요 키즈카페를 방문하기로 했다. 굳이 비교 분석을 위해 방문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입구에서부터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부터 이전에 방문한 곳과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다. 

수용하는 고객층이 워낙 다양하고 폭넓은 차원이라 그런지 직원들의 군기가 바짝 잡혀있다. 갖춰져 있는 놀잇감과 부대시설은 이전에 방문했던 키즈카페와 똑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곳은 이전의 키즈카페와는 달리 직원들의 태도뿐만 아니라 아가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부모님들의 의식도 확연히 달랐다. 

지난번에 방문했던 키즈카페는 부모님들이 아가들을 놀게 하고 본인들은 노트북을 가지고 업무를 보거나 연신 핸드폰만 보는 부모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키즈카페 와서 핸드폰도 보고 화장실도 가고 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눈 밖에 나게 하는 경우는 단 한순간도 없고 2시간의 이용시간을 꽉 채워서 아가들과 적극적으로 놀아준다. 사실 같이 놀아주는 행위로부터 무슨 큰 교육적 성과와 반응을 바라는 건 절대 아니다. 잠시라도 방심했다가 기껏 신나게 놀러 온 공간에서 아가들이 울거나 다치는 행위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집 앞의 타요 카페를 찾은 부모님들의 대부분이 나와 같은 마인드였는지 놀잇감들과 시설을 이용하는 아가들 주변에는 모두 부모님들이 대동해 있어 알 수 없는 묘한 큰 힘이 되었다. 

'이런 곳에 애들 데리고 오면 내가 늘
 과잉보호하고 유난 부리는 아빠처럼 느껴졌는데...'

그 때문이었을까. 이 날 방문한 집 근처 타요 카페에선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느꼈다. 그리고 트램펄린에 어떤 장치가 있었는지, 버스를 비롯한 장난감에 혹시라도 때가 타지 않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것을 굳이 염두할 만큼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빵집을 가도 다 똑같은 빵집이고,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으면 서울에 있나 부산에 있나 큰 차이가 없지만 키즈 카페만큼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평생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가, 결국엔 사람 상대가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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