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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Sep 11. 2023

[100일 에세이 챌린지] 89. 점핑파크

여기가 10년 전에는 헬스장이었는데 완전히 바뀌었네

주말 오후에 일산에 있는 본가를 찾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둘째가 차에서 볼일을 봐서 기저귀 갈 장소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본가 근처여서 급하게 찾아갔다. 아가들은 예고에도 없던 할머니댁 방문에 반색을 금치 못했고 우리 부부도 기왕 온 김에 저녁까지 먹고 가는 걸로 스케줄을 변경했다. 2시간 정도 놀고 오면 엄마가 저녁을 차려주신다 해서 근처 키즈카페를 찾아 방문하기로 했다.

'점핑파크... 우○플라자 10층... 뭐지 이 기시감은? 엥? 여기 10년 전에 내가 다니던 헬스장이었는데 키즈카페로 바뀌었네?'

10년전 다니던 헬스장의 모습

시간이 많이 흐르긴 흘렀는 모양이다. 예전에 다니던 헬스장의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노란색을 잔뜩 머금은 시설물들 사이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모습만이 존재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몹시 흥분한 우리 아가들을 달래며 차근차근 '점핑파크'를 즐겨보기로 했다. 타이틀에 걸맞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트램펄린 시설들이었다. 수십 개의 키즈카페를 다녀본 우리 아가들에겐 이 정도는 튜토리얼 수준이었다. 첫 번째 진입 장벽을 이렇게 간단하게 극복한 아가들은 자율적으로 놀잇감을 탐색하며 놀기 시작했다.

벌집 모양의 공간에서 블록들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연결 통로들을 오르내리며 꼬불꼬불한 미끄럼틀을 타고 놀기도 했다. 주 고객층이 6살인지라 우리 아가들은 오늘도 막내뻘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질서 정연하게 다치지 않고 잘 놀았다. 가장 끝쪽 공간에는 시장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역할놀이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가들이 노는 모습 중에서 가장 백미는 '징검다리 건너기'였다. 징검다리를 이미 혼자 건너 본 첫째는 생각보다 다리가 엄청 흔들린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래서 건너자마자 뒤따라 올 동생을 배려해 동생이 쉽게 다리를 건널 수 있게 줄을 잡아 고정시켜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각자 자기 놀 거 하느라 바쁘고 만날 장난감 때문에 싸울 줄만 알았던 남매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너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했다. 첫째는 오빠로서 동생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둘째는 그런 오빠의 도움을 믿어준 것 아니겠는가.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다하다니,
기특한 녀석들"

그렇게 정신없이 놀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우리는 다시 본가로 돌아가 할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내내 곤히 잠을 자던 아가들은 피곤했는지 집에 도착해서도 깨지 않고 푹 잠들었다. 본가 근처에도 아직까지 안 가본 키즈카페가 몇 군데 더 있어서 다양하게 방문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도 최연소 시설 이용자분들을 케어하느라 고생한 기념으로 가볍게 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 고마워, 다음에는
 미리 연락하고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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