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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Oct 26. 2023

아들, 세 돌 축하해

깜빡하고 셔츠 칼라를 조끼 사이에 입혀 미안하지만..

첫째 아들이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 와이프는 이미 출근 전날부터 아들의 등원룩을 고심했다. 와이프는 최대한 단정하고 깔끔하되 주인공임을 강조하며 춥게 입혀서는 안 된다는 모든 조건을 고려해 데일리룩을 엄선하여 준비했다. 두 아이의 등원을 맡은 나의 임무는 그저 와이프가 준비한 옷을 잘 입혀서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것. 그런데 퇴근길에 받아 든 와이프의 메시지에서 아들의 옷을 잘못 입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 아이고... 셔츠 옷깃을 조끼 사이로 숨기고 말았구먼... 내년 생일엔 꼭 제대로 입혀야지'.


세 번째 생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들은 생일이 어떤 날인지, 생일파티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전에는 생일 축하노래만 들어도 폭풍같이 눈물을 쏟아내던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또 놀라운 것은 아직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둘째가 오빠 생일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함께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무언가를 함께 경험하고 그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애를 키우는 보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오늘 하루 우리 아가들을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오니 작년보다 선물의 규모와 쓰임새가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일과 관련된 팝업북도 받았고 여러 가지 공룡들의 모습이 담긴 작은 책상도 받았다. 책상과 팝업북에는 모두 아들의 생일을 기념하는 조그마한 메시지가 수놓아져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이 났다. 얼마나 오래 두고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예전에 받았던 탁상시계나 달력에 비해 활용도가 훨씬 더 높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물의 피날레는 우리 아가들의 최애 캐릭터인 아기상어 케이크와 요즘 들어 아가들이 부쩍 관심을 보이는 레고 세트로 준비했다.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이니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끝나기가 무섭게 촛불을 끄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케이크를 전투적으로 (?) 먹은 뒤 각자가 선물 받은 레고 세트를 조립하며 밤늦게까지 신나게 놀다가 방금 잠든 아이들.


확실히 해가 거듭날수록 신체적으로 편한 게 느껴진다. 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누워서 밤새 울고 보채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던 시절과는 영영 안녕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잘 자라주고 있는 아가들아 고맙고 사랑해.


그리고 우리 첫째 아들 지우.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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