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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Nov 13. 2023

29년의 숙원을 풀다

LG트윈스의 29년 만의 한국프로야구 통합우승

3차전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사실상 LG트윈스에게 분위기가 넘어왔다는 것.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8:7이라는 케네디 스코어로 LG가 승리했다. 우승확률 88 %를 업고 4차전도 대승. 29년 만의 통합우승이라는 대업까지 이제 단 1승만이 남았고 그날은 바로 오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에 임했다. 그리하여 오늘 하루만큼은 야구를 보면서 육아하는 것을 와이프에게 허락받고 집에 있는 응원복과 응원도구를 꺼내 승리를 기원하였다.

오늘도 LG트윈스는 야구를 정말 잘했다. 주어진 기회에서 차곡차곡 안타를 치고 주자를 쌓아 점수를 냈고 위기상황에서 선수들의 호수비가 빛났다. 지난 4차전에서 8 연속 안타라는 한국시리즈 기록을 새로 쓴 팀답게 몰아치는 집중력이 오늘도 매서웠다. 3대 0 이후로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어느덧 9회 초. 3개의 아웃카운트만 잡으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우승 순간의 영광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1994년 서울 00 국민학교 2학년 9반, 야구를 좋아하고 매일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해가질 때까지 인근 주차장 부지에서 놀던 한 소년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29년간 두산, kt, sk 등 서울 근교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부러워했던 순간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구본무 회장님이 마련해 둔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의 주인이 결정되는 날을 직접 눈으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이번 한국시리즈를 꾸준히 시청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선수를 예상할 것이다. 바로 '원팀맨' 오지환 선수.

2009년 입단해서 꾸준히 유격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낸 선수. 인기만큼이나 팬들의 기대가 커 실책 하나, 실언 하나에도 신랄한 비판과 뭇매를 감내해야 했던 선수. 이제는 15년 차 베테랑이 되어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더니 마침내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업을 이루며 MVP로 선정된 오지환 선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우승할지 장담할 수 없는 마당이라 조마조마하며 한국시리즈를 시청했다. 그러다가 둘째를 안고 재우다 역전 홈런에 환호성을 질러 애써 재운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제는 그런 일들이 '후회'가 아니라 '추억'으로 남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 나, 아무튼 살다 살다 LG의 우승을 눈으로 보네.

내년에도 2년 연속 우승하여 LG 2 wins로 거듭나길!!


Adieu 2023 KBO Lea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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