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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Nov 22. 2023

이번 감기 징그럽네

n일째 온 식구가 돌고 돌아 콜록거리네

지난주 월요일, 나를 시작으로 온 집안 식구가 감기에 시달렸다. 병원에 가도 그리 심하지 않은 감기이고 당연지사로 감기란 것은 기침, 콧물, 가래 증상이 동반되니 약 처방받은 거 꾸준히 드시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기껏해야 2,3일 정도 아플 테니 컨디션 조절 잘하시고 나아지면 일상으로 돌아가시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평소에 환절기마다 알러지성 비염으로 코감기는 달고 살았으니 며칠 끙끙거리다 말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일주일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목 안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존재들이 성가시다. 1번 타자인 내가 이러니 후속 타자인 와이프, 아들, 딸 순으로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번인 둘째 딸을 소아과에 데리고 왔다.

둘째 딸은 첫째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적응력'이다. '병원'과 '의사 선생님'이 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본능적으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첫째는 세 돌이 다 될 때까지도 병원 상가 건물만 들어가도 울먹이고 진료실에서도 온갖 패악질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널리 부각(?)시키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두 돌이 채 안된 둘째는 병원 안에서 간호사 선생님께 애교를 부리기 바쁘고 의사 선생님을 멀리서부터 부르며 자기를 봐 달라고 재롱을 부린다. 오늘도 둘째는 병원 여기저기를 순찰하면서 본인이 없었던 동안 변한 게 없는지 살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예약을 미처 못하고 와서 그런지 대기 환자가 많아 3-40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지만 둘째에게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쓰레기통 속에 종이컵 넣기를 수십 번 하다가 갑자기 신체측정기계에 몸을 올려놓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키가 아직 87.5cm보다 작아 정확한 신장을 측정하진 못하지만 12kg이라고 찍히는 체중은 변함이 없다. 요새 먹태기가 와서 예전보다 잘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은 꾸준히 우상향이다. 이윽고 카운터에서 우리 차례가 왔음을 알리는 안내가 흘러나왔고 둘째는 버선발로  뛰어들어 진료실로 향했다.

즐거운(?) 진료를 마치고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호흡기 치료' 기계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종이컵을 호흡기 입구에 꽂아 마치 새 부리처럼 만들어 코에 대고 호흡하는 방식인데 아들은 어르고 달래서 간신히 하게 된 것을 딸은 반색을 하면서 좋아한다. 참 같은 배에서 태어난 아이들임에도 달라도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3분 간의 짧은 여흥(?)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순간까지도 '빠빠'를 외치며 수납하시는 분에게 미소를 선사하는 딸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도 어렸을 때 첫째 처럼 병원이라면 기겁을 하던 사람인데... 와이프가 어렸을 때 병원을 안 무서워했다더니 둘째를 보니 그 피가 어디 안 가나 보네'


아이러니하게도 성인이 되고 나서 나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병원을 신봉하는 존재가 되어 조금만 아픈 기색이 있으면 빠른 치료를 위해 누구보다 빨리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이와 정반대로 와이프는 언젠가 나을 병이기에 굳이 병원을 선뜻 찾아가지 않는 어른으로 변모했다. 이런 논리라면 분명 우리 아들, 딸도 자라면서 병원과 진료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이 바뀔 것이 분명하다. 하나 그것은 아직도 아득하리만큼 먼 미래이니 아가들이 일단 오늘 밤이라도 잘 자기를 바라는 게 급선무다.


고생 많았어 아가들아.

내일은 좀 더 웃는 얼굴로 아침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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