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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Nov 24. 2023

유치원 3패 탈락

유치원 보내기가 이리 어려운 것이었다니


지난 월요일, 내년에 한국나이로 5살을 맞이하는 첫째 아들을 위해 유치원 입학 전형을 신청했다. 지금 둘째와 함께 다니는 단지 내 어린이집이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2년 가까이 다닌 어린이집이 5세 반 프로그램이 더 풍부하고 지덕체의 조화를 더 꼼꼼하게 신경 쓴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입학 전형을 쓴 것은 마치 '수시 1차'와 같은 느낌이다. 붙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붙지 않아도 그만큼 수시 1차에 올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신포도 이론'을 자신 있게 주창할 수 있기 때문이랄까.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면서 매년 학교, 학년 교육과정 업무를 손보고 있음에도 '누리과정', '처음 학교로'는 난생처음 접하는 생소한 단어이다. 필요한 절차를 매뉴얼대로 숙지한 후 입학 전형에 필요한 서류를 꼼꼼히 살펴 준비했다. 어딜 가나 항상 제출하는 것은 '건강보험료 납입 확인서'와 '맞벌이가정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이다. 그래도 나름 맞벌이가정이고 2자녀 가정이니  평균이상의 자격은 갖췄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3개의 유치원을 신청했다.

첫 번째 유치원은 집 앞 3분 거리에 있고 단설이며 등하원 시간이 우리 부부의 출퇴근시간에 큰 지장이 없기에 신청하였다. 또한 4층규모로 인근 유치원 중에서 규모가 꽤 큰 편이며 입소문이 좋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나름 마음속 1 픽으로 설정하였다. 이 말인즉슨 인근 모든 예비 유치원생 엄마들의 마음도 그러하리라는 이야기일지도. 두 번째 유치원은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단설 유치원이다. 경기도와 달리 서울만의 방과 후과정 및 에듀케어과정이라는 투 트랙으로 교육과정이 이루어져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세 번째 유치원은 와이프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으로 방학이 다소 길다는 것을 제외하면 항상 엄마가 아들과 같은 공간에 머물러 상황에 맞게 케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셋 중에 하나가 되기만 하면 그 유치원에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하고 5일간의 영겁 같은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오늘. 유치원 합격 발표가 나왔다.

그. 러. 나. 김칫국을 너무 빨리 들이켰는지 3개 유치원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나마 받은 예비 대기번호도 모두 2 자릿수가 넘어가고 말아 사실상 탈락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대학교 입학 예비 번호 1000 같은 기분이랄까. 혹시나 했지만 기대와는 영 딴판인 결론을 받아 들으니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어차피 3개 중에 병설유치원에 가게 되었다면 입학을 좀 고민했을 것이긴 했어. 지금 어린이집이 워낙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아니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생각 못했는데. 도대체 어떤 분들이 유치원을 보낼 수 있는 거야?'

와이프의 말에 잠시 추첨제에 어떤 비기라도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착각을 할 정도로 주어진 결과에 적잖이 놀랐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내년 한 번 더 어린이집을 보내고 차년도에 다시 도전해 보지 뭐. 2024년을 또 어떻게 보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래포가 잘 형성되어있기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올해 유치원 도전은 여기에서 끝.

(저출산 사회라더니 우리 동네는 아닌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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