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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Dec 15. 2023

독감이 이리 오래갈 줄은

12월 5일 모처럼만에 감기로 병가를 제출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열이 38도를 웃돌고 다른 것보다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살 기운이 심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직장에 전화해서 결근 신청을 하고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힘겹게 등원시키고 나서야 인근 내과로 가서 진료를 받으러 갔다. 진료 결과 독감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으니 몸살 주사를 맞고 처방받은 약을 3일 먹고 나서도 아프면 내원하라고 하셨다. 몸살 주사를 맞고 나니 열이 내리고 몸살기운도 없어져 하루정도면 낫겠거니 하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날 이후로 근 일주일 동안 새벽에 콧물, 기침, 가래, 고열이 예측할 수 없이 찾아왔다. 2-3시간 간격으로 열이 계속 올라 처방받은 약과 진통제를 덜덜거리는 손으로 연신 털어 넣기 일쑤였다. 그 와중에 둘째 딸이 A형 독감 판정을 받아 급하게 자녀 돌봄 휴가를 써서 하루종일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차라리 나도 독감판정을 받아버리면 수액이라도 맞아서 컨디션 회복이 빨리 되었을 텐데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라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주말을 맞아 온 가족이 집에서 요양하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으나 때마침 친동생 결혼식이 있어 반드시 필수 참석해야 했다. 진통제와 처방약을 있는 대로 털어 넣고 아침 일찍 가족사진도 찍고 결혼식 이후 해야 할 일들까지 해내고 나서야 와이프를 보니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닌가.


다음날 동네에서 유일하게 딱 한 군데 여는 의원이 있어 와이프가 오전 문 열자마자 방문하니 이미 접수가 끝나 오후진료 때 다시 오라고 했단다. 오픈 런 하자마자 이미 독감환자들로 병원이 만석이었던 것. 그렇게 영겁과 같은 오전 시간이 지나고 와이프는 독감 판정을 받고 수액을 맞아 하루 만에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가늘고 길게 시름시름 감기 기운이 지속되었던 나도 어느 정도 살만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다시 브런치에 수일 만에 복귀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래간만에 신종플루, 코로나, 장염의 뒤를 잇는 추억에 남을 만한 감기를 맞이한 것 같다. 특히 이번 감기는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끊임없이 감기 증상이 발현되게 한다는 것이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꼭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아이들도 맞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비무환. 옛 선인들의 말은 틀린 적이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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