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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Dec 20. 2023

비수기에 다녀온 레고랜드 & 호텔

비수기인 이유가 다 있네. 그리고 얻게 된 지긋지긋한 감기

지난 12월 초, 금요일 퇴근을 하자마자 아이들을 급히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킨 후 곧바로 강원도 춘천으로 향했다. 요즘 첫째가 부쩍 레고랜드를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기왕에 호텔을 이용해본적도 없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컨셉을 갖추었다고 해서 큰 맘 먹고 호텔 숙박 패키지로 예약을 했다. 여름 휴가철에 비해 거의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폐장 시간이 오후 5시라는 점과 일부 상점과 어트랙션은 운영을 하지 않는 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날이 추우면 추운대로 실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레고를 한창 가지고 놀았던 어렸을 적 동심을 품고 설레는 기분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차로 1시간을 넘게 달려 춘천에 도착하니 해가 어느새 자취를 감춰 바깥이 깜깜했다. 고작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어둠을 뚫고 춘천대교를 건너니 허허벌판 사이로 화려한 조명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레고랜드 호텔에 도착해서 2만원의 발렛비를 제공하면 7~800m 떨어진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날씨가 추운 관계로 발렛을 신청하고 곧바로 짐을 가지고 숙박 절차를 밟았다. 호텔 로비에는 각종 산타클로스 장식과 레고 장난감이 있어 아이들이 기다리는 데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해놓은 점이 특징이었다. 첫째는 다소 어두운 호텔 분위기+예민한 천성이 순간 뒤범벅 되어 집에 가고 싶다고 울면서 떼를 썼지만 잘 설득해서 호텔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둘째는 크게 걱정 하지 않았다. 호텔 로비에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기대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

레고랜드 호텔 안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저녁 식사로 뷔페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취향을 반영하듯 피자, 파스타 부터 시작해서 형형색색의 아이스크림과 쿠키 등의 간식을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첫째의 심리적 장막이 조금씩 걷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아가들과 즐겁게 식사시간을 보내고 출구로 나오니 주변이 어린이들의 뛰어노는 소리로 가득했다. 호텔 식당 앞에 조그마한 놀이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닌자고 컨셉의 미끄럼틀을 포함한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레고블럭으로 자신만의 창의적인 만들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있어 E성향과 I성향의 아이들 모두가 놀기에 충분했다. 몸으로 노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하는 우리 아들 딸은 이 곳에서 약 1시간 반 가량 원없이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취침시간이 이르러 호텔 방으로 들어가서 잘 준비를 하기로 했다. 레고랜드 호텔은 방마다 수수께끼 암호를 풀면 방에 있는 금고로부터 기념품을 가지고 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가령 '벽에 날아다니는 꿀벌의 수는?' '방에서 볼 수 있는 레고랜드 캐릭터는 총 몇가지 인가요?' 등의 문제를 풀고 나타나는 숫자를 조합하여 금고의 비밀번호를 풀어내는 형태인 것이다. 아이들을 깨끗하게 목욕시킨 후 금고를 풀어 찾아낸 기념품을 조립하면서 자기 전까지도 쉴틈이 없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바뀐 잠자리에 첫째가 근 30분간 집에 가자는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돌 전부터 '먹고 자는 환경이 바뀌면 힘든 아이' 라는 기질을 알고 있던 터라 꾸준히 설득한 후 겨우 잠자리에 들게 할 수 있었다. 둘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빠 품에서 5분만에 기절하듯 잠들었으므로. 

그렇게 맞이한 레고랜드에서의 두 번째 날 아침. 조식을 먹고 느긋하게 어제 놀았던 식당 앞 놀이터에서 1시간 정도 더 놀면서 여유있게 오픈 시간을 기다렸다. 오늘은 실외에 있을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아들 딸 모두 외투 포함 3~4겹씩 옷을 입히고 양말도 2개씩 신기며 단단하게 무장시켰다. 로비에서 퇴실 절차를 밟고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오픈 시간이 다가왔고 요정과 산타 들이 우리 아가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정들의 환영 인사와 공연을 보고 드디어 생에 첫 레고랜드로 입성한 아이들. 와이프와 나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들뜬 마음으로 입장했다.

사전에 조사했던 어트랙션과 음식점의 대다수가 비수기를 맞아 운영을 중단했다는 것을 입장하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나마 운영하는 기차, 바이킹들도 외기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와야 운영한다는 점도 함께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가들이 애초에 키가 작아 탈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널찍하게 조성된 레고랜드 거리를 아들, 딸과 함께 걷고 전망대를 포함한 소소한 볼거리들의 퀄리티가 훌륭하다는 점에서 놀러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헤이지니' 등의 유튜브 컨텐츠로부터 사전에 공부(?)한 공간들을 하나하나 직접 방문하면서 아들은 "와 여기 지니가 보니 잃어버려서 슬퍼한 곳이다" 라며 신기해 했으니 말이다.

거의 70% 가량의 어트랙션과 상점이 문을 닫아 이용에 제한점은 상당히 많았지만 아들, 딸의 성장단계와 오랜 야외활동이 어렵다는 점에서 꽤 적절한 시기에 잘 놀러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석하게도 레고랜드 투어를 끝으로 우리 가족은 근 2주가 넘는 감기와의 사투를 벌여야했다는 점은 옥의티이지만 말이다. 2024년 상반기에 기회를 잡아서 한 번 더 놀러와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 그 날은 우리 아들을 위해서 잠은 꼭 집에서 자기로 약속하고 말이다. 그리고 레고랜드 안에 있던 근 2시간 동안 유모차에서 꿀잠을 자던 둘째에게도 새로운 추억을 선사해야 하기 때문. 


안녕 레고랜드야, 내년에 날씨 따뜻해지면 또 놀러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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