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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Dec 25. 2023

메리 크리스마스

아가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

금요일 오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와이프가 아가들 사진을 전송해 주었다. 오늘 산타 할아버지 만나러 간다고 좋아라 했던 아이들의 텐션에 내심 산타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찍었을까라는 기대를 하며 사진을 봤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작년과 똑같이 대성통곡을 하며 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은 첫째와 난생처음 마주한 산타클로스 앞에서 목놓아 운 둘째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있었다. 우리 부부가 열심히 포장한 선물은 손에 꼭 쥐고 있는 귀여운 아가들의 모습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연휴가 전개되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첫째는 엄마와 동네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나는 둘째를 데리고 청아공원에 계시는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아빠와 단둘이 데이트를 하게 된 둘째는 모든 친척들의 관심과 시선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지난주부터 진정한 우리 식구가 된 고모부와 집게놀이, 가위바위보를 하며 30분을 꼬박 놀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외동딸 놀이를 한 둘째는 그렇게 밤 11시가 될 때까지 할머니 집에서 저녁도 배불리 먹고 곤히 잠든 채로 집에 왔다.

같은 시각, 첫째는 엄마와 함께 자연사 박물관에서 동물들과 공룡 모형들을 만나 재미있는 경험을 했더란다. 요즘 부쩍 공룡에 관심을 붙인 터라 공룡 박물관을 한번 경험하게 해 줘야지라고 생각했던 와이프의 마음이 가 닿았던 순간이다. 물고기밥도 주고 염소 먹이 주기 체험도 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한 첫째는 오랜만에 외동아들 코스프레를 하며 엄마와 데이트를 했다.

그렇게 맞이한 크리스마스이브, 자고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른 아침부터 썰매 타는 아이들과 눈사람 만드는 가족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아침은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부리나케 썰매를 싸 들고 아이들과 밖으로 나왔다. 작년에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도 썰매를 탔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게 신기했다. 1년 새에 부쩍 커서 그런지 첫째는 제법 어린이의 티를 내며 둘째를 케어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크리스마스. 오늘은 간단하게 크리스마스 음식을 만드는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12월 초부터 '브라우니 만들기'를 계획해서 간단한 밀키트를 사 둔 것을 오늘에야 비로소 공개하는 날이었다. 그전에 배불리 저녁을 파티처럼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와이프가 갈비찜을 준비했고 나는 간단히 샐러드와 과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샐러드는 거의 먹지 않고 고기반찬으로 밥을 뚝딱 먹은 아가들. 그래 야채는 어린이집에서 많이 먹는다니까 그걸로 됐어.

브라우니 밀키트는 우선 아가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장식용으로 제공된 형형색색의 스프링클들이 무척이나 화려했기 때문이다. 브라우니 모양의 케이크 베이스에 생크림을 붓고 동봉된 스프링클을 개인 취향대로 뿌리니 제법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이 나왔다. 그리고 각자 자기가 만든 케이크를 우유와 함께 곁들여 먹고 그렇게 아가들은 크리스마스 마지막 날을 마무리했다.


고생했어 여보. 내년 크리스마스는 올해보다 더 재미있게 보냅시다.

메리크리스마스. 잘 자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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