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우서우아빠 Dec 27. 2023

매트매트 홈매트(feat. 다소지저분)

모기 얘기 아니고 집안 매트 이야기입니다

매트를 장만한 지 근 3개월이 넘어간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고 다짐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매트 청소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의 필수품이자 층간소음을 막아주고 나름 집안 인테리어에도 도움을 주는 매트이지만 생각보다 깨끗하게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화장실 청소나 분리수거처럼 날짜를 정해놓고 반드시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잠깐 방심한 사이에 각종 먼지와 찌든 때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집안 행사와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느라고 이번 매트 청소는 무려 3주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때마침 둘째는 낮잠을 자고 와이프는 첫째와 외출한 상황. 이번 골든 타임을 놓치면 또 언제 여유롭게 매트 청소를 할 수 있을지 감이 서지 않았기에 즉시 매트 청소에 돌입했다.

우선적으로 매트에 붙어있는 각종 잡동사니(?)들을 떼어내는 작업부터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청소용 스프레이와 마른 수건, 물티슈를 활용해 매트 앞뒤는 물론 모서리까지 깨끗하게 닦아냈다. 생각보다 매트가 넓어 앉았다 일어났다를 계속 반복해서 작업하다 보니 환기차 창문을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청소하다 보니 주로 아이들이 갖고 노는 클레이 부스러기들이 많이 나왔다. 매번 클레이의 잔해들을 나름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매트 구석구석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클레이들이 마치 나를 조롱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여기 숨어 있는 거 아무도 모르겠지~ 킥킥킥'


지난 3주간의 과오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클레이에게 무자비한 청소용 스프레이 도포 공격을 퍼부어 조롱받은 마음을 위로했다.


그렇게 총 4개의 매트를 요리조리 뒤집어가며 스프레이로 깨끗하게 닦아내고 바닥에 남은 잔해들을 청소기로 밀어내는 와중에 아뿔싸. 언제 먹었는지 모를 과자 부스러기들이 화석처럼 매트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원인 불명의 액체 자국이 매트 밑 한쪽에 마치 '오줌 지도'처럼 자리 잡고 있기까지 하다니.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주방세제와 철수세미. 청소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들이라면 각자 자신만의 문제해결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치약, 베이킹소다, 뜨거운 물 등 저마다의 노하우 속에서 내가 가진 필살기는 바로 세제와 철수세미다. 매트 소재가 벗겨질까 조금 두렵긴 했지만 다행히도 철수세미 끄트머리를 손톱으로 잡아 살살 집중 공략해 내니 얼룩만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오늘의 주인공인 가족들이 나름 깨끗해진 집을 알아보기만 하면 끝.


외출을 다녀온 와이프와 첫째, 그리고 때마침 잠에서 깬 둘째에게 집이 무언가 달라진 것이 없는지 넌지시 물어보니 내가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엎드려 절 받고 싶진 않기에 잠시나마 깔끔한 거실을 만든 나 스스로를 칭찬하던 찰나. 장난감 상자와 클레이 상자를 거실로 가지고 와 매트에 흩뿌리는 아가들의 모습에서 잠시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르마무'를 만나는 씬이 오버랩되었다.


'아이고 뭐, 그러나 저러나 매트는 원래 이렇게 쓰라고 있는 거니까. 내가 알아서 치우면 되지'


그래도 속이 후련하네, 이걸로 1주일은 버티겠어.   

작가의 이전글 메리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