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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Jul 20. 2024

호우주의 그리고 폭염주의

어린이집이 마치 대피소 같았을 이번 주

이번주는 정말 죽어라 덥거나, 죽어라 비가 오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은 그야말로 폭염주의보, 오존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굉장히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고, 비가 오는 날은 재난본부에서 '집중호우'와 관련하여 하루에도 수십 통의 재난 관련 메시지를 보낼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출근길에 올랐음에도 가까스로 지각을 면하는 수준이었음은 물론 사고 하나 없이 무사하게 한 주를 보내게 됨에 감사할 정도였지요. 어쩌면 허니와 달콤이 처럼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굉장히 유의미한 대피 활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허니와 달콤이의 어린이집 생활을 한 번 확인해 볼까요? 

만 3세 허니는 오늘도 창의 레고 수업시간에 자신만의 창의적인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사람의 몸을 만들어 자신의 머리에 얹어보기도 하고 네모난 카메라나 자동차를 자기 스타일대로 뚝딱 만들어 냅니다. 요즘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부쩍 관심을 보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진 찍기입니다. 틈만 나면 엄마, 아빠의 핸드폰 카메라 기능을 열어 가족사진을 찍거나 셀프 카메라를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나 할까요. 초점이 흐려지거나 피사체가 제대로 화면에 잡히지 않는 것은 예삿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사진 결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적어도 보는 이가 허니의 의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종이 접기가 매우 재미있는지 양면 색종이를 가지고 유튜브를 보면서 딱지, 거북이, 종이비행기, 배 등을 엄마아빠와 같이 접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가위, 풀을 스스로 조작하여 공작 활동을 곧잘 한다고 하니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 활동은 아니지만) 저도 부지런히 옆에서 종이접기 활동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저는 유년기 때 종이 접기만큼은 극도로 싫어했기에 지금도 제대로 접을 수 있는 물건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김영만 아저씨에 대한 추억 또한 하나도 없죠. 왜 하기 싫었느냐 이유를 생각해 보면 딱히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재미가 없고 하기 싫었으며 하기 싫어하니 실력이 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 제가 이젠 아들을 위해 유튜브를 보며 함께 종이 접기에 참여합니다. 다행히 와이프가 종이 접기에 능숙해 아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 있습니다. 저도 부지런히 옆에서 곁눈질로 따라 배워야겠습니다. 

같은 시각 만 1세 달콤이 의 이번주 주제는 '직업 체험'입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는 평소에 집에서도, 놀이터에서도, 심지어 수많은 놀잇감이 자리 잡고 있는 키즈카페에서 조차 숱하게 했던 놀이이기에 아주 능숙하게 직업 체험을 하는 달콤이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어 계산할 때 '핸드폰 주세요'을 주며 응용 동작까지 취하는 여유를 보입니다. 누가 요즘 현금으로 계산합니까. 다 카드 아니면 핸드폰 페이로 결제하는 세상 아닙니까. 그렇게 아이스크림 사장님이 되었던 달콤이는 다음날엔 늠름한 비행기 조종사로 변신하였습니다. 비행기에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되는 물건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역할 놀이를 통해 비행기를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수업을 들었다는군요. 지난여름 제주도를 다녀온 경험이 달콤이가 좀 더 자연스럽게 역할 놀이를 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 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달콤이의 같은 반 친구 생일 파티가 열렸습니다. 저도 매일 하원 후 놀이터에서 보는 아이들이라 더욱더 진심을 다해 아가들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물론 아가들은 아직 24개월 안팎의 아이들이라 남자인 저를 경계하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요. 첫째가 유독 타인에 대한 경계가 심했던 터라 달콤이 친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한편, 그에 비해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 무던한 둘째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도 또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정말 이렇게 다른 면이 있구나.


그렇게 폭염과 폭우 사이에서 허니와 달콤이는 무사히 한 주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곧 있으면 제가 방학을 맞이하기에 그때는 좀 더 아빠랑 여유 있게 등원하면서 허니와 달콤이도 자연스럽게 어린이집 방학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허니와 달콤이의 어린이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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