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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Aug 03. 2024

어린이집 방학 : 나는 아빠답지 못했다

짜증과 잔소리로 점철되었던 한 주

10일간의 어린이집 방학을 앞두고 허니 달콤이와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위 방학 계획을 짰습니다. 수영장부터 박물관, 아빠의 영어캠프 참관과 캠핑장까지.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 듯합니다만 그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우리 아가들에게 짜증을 내며 잔소리를 하는 순간이 많았고 사랑하는 와이프가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까지 발생했죠. 다양한 활동 속에서 의미 있고 보람찬 방학을 보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기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저는 이번주에 아빠답지 못했습니다.

활동 1 : 즐거운 물놀이


여름을 맞아 동네 수영장이 속속들이 개장하기 시작했기에 제일 가까운 수영장에 예약을 해서 방문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물놀이 한 번 가기 위해 두 아이를 위한 준비물은 그 종류도, 부피도 상당합니다. 큰 쇼핑백과 운동 가방 한가득 준비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놀다 보면 1~2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뒷마무리는 그보다 곱절이 걸리죠. 그래도 아이들이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해 좋아하는 물놀이를 마음껏 즐기도록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활동 2 : 지자체 운영센터 투어

만 3세인 허니는 물론이고 아직 만 1세이긴 하지만 30개월인 달콤이도 이제 제법 박물관에 데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자기 스스로 박물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물을 관찰하고 교구를 조작하는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용인 '경기도박물관', 경기도 광주의 '광주어린이체육센터' 방문은 꽤나 성공적이었습니다. 요란했던 날씨 탓에 야외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아가들은 시원한 실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거리가 다소 멀고 방문객도 많아 힘들었을 텐데 의젓하고 씩씩하게 하루를 보낸 허니와 달콤이다 대견했습니다.

활동 3 : 아빠 영어프 참관

1주일간 원어민과 코티칭(co-teaching) 수업을 바탕으로 3, 4학년 영어캠프를 진행했습니다. 매일 9시부터 12시까지 총 5회의 수업을 진행했고 교재부터 교구 구매, 간식 세팅까지 빠짐없이 체크해서 수업에 적용시켰습니다. 영어 캠프의 묘미는 정규 교육과정에 국한되지 않은 탄력적 테마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색깔, 숫자부터 시작해서 환경, 탐정놀이, 스포츠까지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로 구성했고 되도록이면  학생들이 원어민과 가능한 한 많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죠.

그리고 영어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허니와 달콤이의 깜짝 방문이었습니다. 아가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쿠키 만들기 세트를 준비해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우리 아가들의 방문을 격하게(?) 환영해 주었고 성공적으로 수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활동 4 : 캠핑장에서 캠핑하기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인기가 아주 많은 가족단위 캠핑장이 있습니다. 33,000원을 내면 타프가 설치된 텐트를 이용할 수 있고 캠핑장 주변에 유아 숲체험장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약일을 확보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때마침 취소 자리가 있어 와이프가 잽싸게 예약을 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지라 해가  후에도 땀으로 샤워한 기분이었고 무엇보다 아가들의 성화가 대단했습니다.


" 아빠, 벌레 무서워. 안아줘 안아줘."

"아빠, 너무 더워. 집에 갈래."


똑같은 볼멘소리를 수십 번 들으며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고기를 굽다 보니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슴속에 무언가가 잔뜩 뒤틀리기 시작했고 아가들에게 무한한 잔소리를 시전 하기 시작했죠.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집에 와서도 와이프에게 날 선 말을 동반한 불평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와이프는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고요.


활동 5 : 자기 반성

하.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까지 굴 일은 아니었는데 순간 육체와 정신이 나약했던 것 같습니다. 육아가 힘든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 약한 소리 하면서 회피하고 남 탓하려고 했던 제 자신의 모습이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그나마도 저는 잠깐이라도 학교 일을 하면서 육아에서 잠시라도 멀어질 시간이라도 있었지만 와이프는 전혀 육아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맞이한 주말, 오늘은 별다른 일정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다소 늘어지고 처지는 하루더라도 오늘은 그냥 이렇게 보내보려 합니다. 어쩌면 우리 4 식구 모두에게 이 순간이 가장 필요할지도 모르니 말이죠.


허니와 달콤이의 어린이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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