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 자책의 이유가

by 라니 글을 피우다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요가 가는 날이다.

일주일에 두 번,

규칙처럼 나를 이끌어내던 시간이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이 몸을 일으키게 하지 못하고,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이게 게으름일까?

문득 스스로를 책망하려다가,

곧 알았다.

그냥 나가고 싶지 않다는 걸.

몸단장을 하고,

맨얼굴을 가리고,

누군가의 시선 속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나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 있으면 한시도 나를 그냥 두지 않던

엄마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금세 부려야 할 일들이 생겼다.

쉬는 건 허락받을 수 없는 사치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제 혼자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고 싶은 마음이 깊이 올라온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그저 나답게 숨 쉬고 싶은 욕구가 자꾸 고개를 든다.


이게 이상하거나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내가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쉼에 대한 권리,

누군가에게 뺏겨온 시간을

나 스스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요가도, 친구도, 어떤 만남도 내려놓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지키기로 했다.

맨얼굴로 나가야 한다면,

차라리 집에 머물기로 했다.

그것마저도 스스로에게 허락해 주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이 조용한 방 안에서,

나는 지금 드디어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다.


오늘은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쉬는 날이

자책의 이유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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