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났다.
소리 없이.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두려움을 안고, 조용히.
그녀의 발자국은
어느덧 내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어느 날 문득,
내게서 보였다.
내가 그녀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말했고,
왜 늘 직설적이고 차가웠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삶에 여유가 없었고,
화를 풀어낼 곳도 없어서
그녀의 말에는 자주 거친 가시가 있었음을.
그건 미움이 아니었다.
삶에 지친 마음의 울음이었고,
어떻게든 우리를 지켜내려 했던
한 사람의 고단한 방식이었다.
이제 나는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있다.
말투도, 눈빛도, 조용한 한숨도.
그 발자국이
나를 닮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라지고 싶다.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살가운,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그런 엄마로.
그녀의 딸은,
그렇게 받아들이며
오늘도 조용히 걸어가고 있다.